'종신집권'이냐 '정권교체'냐…에르도안 운명 달린 대선 결선 시작(종합)
외신·분석가들, 에르도안 승리 점쳐…에르도안 "낙관말고 투표 참여하라"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종신 집권 여부가 결정되는 대선 결선 투표가 튀르키예에서 시작됐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튀르키예에서는 현지시간으로 28일 오전 8시께 결선 투표가 시작되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이번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지난 24일까지 해외에서 투표를 마친 재외국민 192만명을 포함해 641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날 결선 투표를 위해 튀르키예 전역에서는 19만1885개의 투표함이 설치됐다.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 14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상위 1, 2위 후보간 승자를 선출하기 위해 실시됐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1%(약 2710만표)의 득표율을 올렸고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4.88%(약 2460만표)로 뒤따랐다.
1, 2위 후보간 득표차는 약 250만표(4.63%p)인 상황에서 1차 투표 당시 약 280만표(득표율 5.23%)로 3위를 차지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클르츠다로을루가 자신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면서 그는 무차별적 테러 공격을 진압하겠다는 에르도안의 편에 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클루츠다로을루 대표는 앙카라에서 투표를 마친 후 유권자들에게 "이 권위주의적인 정권(에르도안 정권)을 제거하도록 촉구한다. 모든 시민이 (결선) 투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부인 에미네와 함께 투표한 뒤 유권자들에게 "낙관하지 말고 투표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선거는 에르도안 정부의 오랜 집권 하에서 튀르키예 민주주의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실시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랜 집권으로 튀르키예는 사실상 독재국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야권 연합을 이끄는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가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 교체에 성공할지도 관건이다.
이날 이스탄불 소재 사립 학교에서 코란을 가르치는 멜렉(32)은 "나는 에르도안을 100% 지지한다. 10살 때까지 공화인민당의 가르침으로 자랐고, 이슬람식 삶을 원하는 우리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면서 "에르도안은 우리를 해방시킨 인물"이라고 말했다.
34세 슈크란 투템은 "클르츠다로을루는 위기를 감당할 수 없다. 클르츠다로을루와 에르도안을 비교하자면 클르츠다로을루는 튀르키예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에르도안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외신과 분석가들은 에르도안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1차 대선 결과 당초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에르도안이 모든 대선 후보자 가운데 1위를 기록했고, 14일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주도 인민 연합이 최대 정당 자리까지 지켜냈기 때문이다.
실제 대선 직전까지 여론은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난 등으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대지진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정권 심판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과 달리 약 30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에르도안의 연임을 지지했다.
블루베리 자산운용의 이머징 마켓 애널리스트인 티모시 애쉬는 "현실적으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있어 최선의 결과는 1라운드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이제 모멘텀이 에르도안으로 크게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의 승리는 이제 기정사실이다. 시장은 더이상 이번 선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이 경제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상황이 얼마나 나빠져야 할까. 문제는 에르도안이 더욱 큰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경제 정책을 되돌릴 수 있는가"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일 에르도안이 결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수년 만에 가장 어려운 정치적 시험에서 살아남게돼 예측불허의 글로벌 지도자로서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게된다. 에르도안은 강경한 외교와 무기 산업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튀르키예를 글로벌 강국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12개 이상의 국가에 최첨단 무장 드론을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시리아, 리비아에서 대리전을 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양분돼 있다면서 "그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권력을 통해 사회와 언론을 탄압한 인물로 평가받는 한편, 지지자들은 에르도안이 튀르키예를 현대화한 '사업가'이자 이슬람주의를 강화한 인물로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외지에긴대학교의 정치학자 에브렌 발타는 가디언에 "튀르키예에서 대선 결선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상 결선을 단 한 번도 치러본적이 없기 때문에 후보가 두 명인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1차 대선보다) 더 관심을 가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어떨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클르츠다로을루가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에르도안의 승리를 조심스레 점쳤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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