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파리 올림픽 ‘희망’…세계선수권 20년 만에 최고 성적
여자 복식 신유빈·전지희도 ‘은’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년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내년 파리 올림픽의 금빛 희망을 얻었다.
탁구대표팀은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막을 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이날 신유빈(19·대한항공)과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가 1987년 양영자-현정화 이후 첫 여자 복식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따냈다. 하루 전인 남자 복식에서는 임종훈(26·한국거래소)과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이 2회 연속 은메달, 조대성(21)과 이상수(33·이상 삼성생명)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개인전 형식으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3개 이상을 따낸 것은 2003년 파리 대회(단식 은 1·복식 동 2)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끊겼던 탁구의 올림픽 메달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올림픽은 남녀 단식과 혼합복식, 남녀 단체까지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번 대회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복식은 단체전 1번 경기로 치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신유빈이라는 걸출한 올라운더의 등장이 원동력이 됐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한 신유빈은 그해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손목 피로골절로 쓰러졌다. 그러나 두 차례 수술에 굴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를 키우고 체력도 끌어올렸다.
한층 강력해진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전지희와 함께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중국 쑨잉사-왕만위 조를 무너뜨리는 성과를 냈다. 과거 일본에서 활동했던 오광한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은 패기의 신유빈과 경험의 전지희를 묶어 1년 반 만에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로 빚어냈다. 이번 은메달을 통해 한국 복식은 이 둘의 조합으로 중국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수확했다.
전지희는 “여자 대표팀이 유빈이 때문에 많이 좋아진 것을 크게 느낀다”면서 “신유빈은 대표팀에 없던 ‘올라운더’다. 한국 여자탁구의 다른 길을 새로 만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첫 복식을 놓치면서 노 메달의 수모를 겪었던 남자 복식은 누가 나가더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신유빈과 임종훈의 혼합복식은 한국 탁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올림픽 전략 종목이다. 다만 한국 탁구의 성과가 복식에만 머물고 있는 한계는 여전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선수 누구도 단식 8강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선수 개인의 성장 없이 복식에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과제는 남아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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