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자유 옥죄는 여당, 보수단체 ‘각목 집회’ 두둔했었다
차벽 설치엔 ‘집회·시위 패러다임 바뀌었다’ 질타하기도
정부·여당 ‘사전허가제’ 추진…180도 바뀐 태도에 비판 쇄도
정부·여당이 최근 사실상 ‘집회 사전허가제’ 추진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도심 집회를 두고 불과 몇년 전과 태도가 180도 달라진 여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열린 대규모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선 “정부가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두둔하더니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상경 집회에 대해서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집회·결사의 자유를 옥죄려 한다는 것이다.
28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019년 10월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야당이자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대규모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총괄대표를 맡은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가 주최한 이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했고 이 중 46명은 경찰에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체포됐다.
당시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나도 어제 집회에 함께했는데 국민 수준이 높아졌다”며 경찰의 대응을 질타했다. 홍 의원은 “광화문 집회가 평화적인 집회인가, 무질서한 집회인가”라고 물었고, 민 청장은 “대다수는 평화적으로 했지만 일부는 폭력,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답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도 “우파들은 잘 모이지를 않는데 최대 인파가 모인 것을,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여당이 그분들의 주장을 대한민국 대부분 의견으로 보고 깊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고 했다.
반면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집회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평화 집회 수준을 넘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이들도 있다”며 주최 측에 대한 고발장을 민 청장에게 전달했다.
같은 달 24일 열린 경찰청 국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했다. 윤재옥 한국당 의원(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한 것은 반인권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듬해 국감에서도 경찰의 집회 대응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2020년 10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한글날 보수단체가 예고한 서울 광화문 대규모 집회에 금지통고를 내린 뒤 서울 도심 곳곳에 ‘차벽’을 설치했다. 차벽은 보수단체 집회와 민주노총 총궐기 대회 등에도 등장했다.
2020년 10월9일 열린 경찰청 국감에서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6월부터 1년간 운영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언급하며 “이전까지는 ‘집회·시위에 대한 관리를 목적으로’라고 표현됐던 것을 ‘집회·시위에 관한 보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경찰의 집회 통고 금지 및 차벽 설치를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감에서는 같은 당 정희용 의원이 “정부와 경찰, 수사기관의 단독적 잣대를 가지고 해서 (집시법을) 임의로 고무줄처럼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건설노조 집회를 두고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 점거 등 국민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당정은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에서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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