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챔피언을 깨운 공격수의 투혼' → 울산, 부상 참고 멀티골 터뜨린 주민규 앞세워 대전전 3-3 극적 무승부… '무패 행진' 계속된다

조남기 기자 2023. 5. 2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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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울산)

챔피언의 극적 무승부였다. 공격수의 투혼이 팀을 구했다.

28일 오후 7시,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15라운드 울산 현대(이하 울산)-대전 하나 시티즌(이하 대전)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3-3, 무승부였다. 울산은 대전에 연속골을 내줬다. 전반 25분 레안드로, 전반 33·43분 마사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21분 김민덕의 자책골과 후반 33분 주민규의 만회골로 추격했으나 막판까지 위기는 계속됐다. 그러던 중 후반 44분 주민규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울산이 점유하고 대전이 카운터를 노리는 다소 잔잔하던 흐름이었다. 균형의 추는 전반 중반 무렵에 깨졌다. 전반 21분, 울산 설영우의 코너킥이 대전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대전 센터백 김민덕은 쇄도하던 울산의 김영권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머리를 댔다. 그러나 김민덕의 헤더는 곧장 대전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이 시퀀스에서 울산에 악재가 닥치기도 했다. 김영권이 무리를 했는지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이내 경기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영권은 버티려 해봤으나 결국 피치에서 물러났다. 그 사이 대전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 25분, 김영권이 빠지고 신규 자원이 투입되지 않은 사이, 대전의 센터백 김현우가 높은 지역까지 진출해 슛을 날렸다. 김현우의 발끝을 떠난 공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선수들을 맞고 굴절됐다. 튄 볼을 처리한 건 설영우였다. 그러나 설영우가 어렵게 걷어낸 이후 볼이 하필 대전의 브라질리언 레안드로에게 떨어졌다. 레안드로는 힘 실린 슛으로 울산의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급박하게 전개됐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가자, 김영권 자리에 정승현을, 황재환 대신 루빅손을 넣으며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달리했다. 이 후엔 김현우가 울산의 공격수 주민규와 공중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김현우의 어깨가 주민규의 안면을 가격하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경기를 관장하는 정동식 주심은 김현우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반 33분, 또 골이 들어갔다. 주인공은 대전의 마사였다. 대전의 공격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주변에 자리 잡던 마사를 향해 레안드로의 송곳 패스가 들어갔다. 마사는 멋진 첫 번째 터치로 볼을 잡아둔 뒤, 두 번째 터치에서 힘을 잔뜩 담은 슛을 날렸다. 조현우 울산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강슛이었다. 이후 마사는 자신에게 황금 도움을 건넨 레안드로의 축구화를 닦는 셀레브레이션을 보여줬다.

대전엔 골과 함께 경고가 쌓여갔다. 전반 37분엔 중앙 수비수 임은수가 울산의 핵심 바코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같은 장면에선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대전의 외인 안톤이 그라운드에 누워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울산은 라인을 상당히 높게 끌어올리며 동점골을 모색했다. 전반 39분엔 박용우가 후방에서 문전으로 붙인 크로스를 루빅손이 헤더로 연결했다. 볼은 이창근 대전 골키퍼가 잡아냈다. 머잖아 엄원상의 스피드를 앞세운 긴 패스도 들어갔다. 이창근은 이번엔 튀어 나와 헤더로 볼을 처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전이 역습으로 울산의 후방을 노렸다. 울산의 좌측 풀백 이명재는 레안드로를 차단하기 위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 43분, 대전이 또 한 골을 추가했다. 수비 라인에서 한 번에 긴 패스가 넘어왔고, 공은 침투하는 레안드로에게 연결됐다. 레안드로는 측면으로 빠진 뒤 중앙으로 쇄도하던 마사에게 낮게 깔린 빠른 패스를 건넸다. 마사는 울산 수비수를 한 명 제친 뒤 침착한 슛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경기는 순식간에 디펜딩 챔피언 울산이 1-3까지 몰리는 상황이 됐다.

전반 막판엔 바코가 왼발로 공을 감아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창근의 선방이 다시금 대전을 구했다. 이 무렵 카메라엔 전방 중반 안면에 부상을 입었던 주민규가 코피를 흘리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주민규는 고통을 참고 힘겹게 전반전을 소화하고 있었다. 울산은 전반 추가 시간 슛 찬스를 잡을 듯했으나,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볼을 흘리고 말았다. 전반 종료 직전엔 속이는 액션을 보였다는 이유로 설영우가 경고를 받았다. 이렇게 전반전은 1-3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은 시작하자마자 울산의 파상공세였다. 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려 두 골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후반 10분엔 바코의 크로스가 코에 부상을 안고 뛰는 주민규에게 연결됐다. 주민규는 날렵한 헤더를 성공시켰으나 이창근의 세이브가 빛났다. 후반 12분엔 다시금 우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왔으나 루빅손이 볼에 정확하게 발을 대지 못했다.

울산은 후반 13분 중요한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중앙 미드필더 이규성을 빼고 공격성이 강한 미드필더 이청용을 투입했다. 울산팬들의 천둥 같은 환호성 속에선 이청용을 향항 기대감이 묻어났다. 후반 17분엔 대전도 교체카드를 발동했다. 좌측 윙백 안톤을 빼고 민준영을 넣으며 에너지를 보강했다.

후반 18분엔 대전이 또 한 골을 추가할 뻔했다. 최전방의 티아고가 좌 측으로 빠져 중앙으로 볼을 건넸고, 쇄도하던 미드필더 이진현이 정교함을 잔뜩 높인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볼은 문전을 살짝 빗겨갔다. 그 무렵, 스코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울살팬들은 "힘을 내라"라는 구호와 함께 선수들을 독려했다. 원정을 온 대전팬들 또한 응원전에서지지 않으려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발동했다. 후반 22분, 엄원상 대신 마틴 아담이 투입됐다. 그리고 이명재 대신 조현택이 들어갔다. 주민규와 마틴 아담 같은 중앙 공격수가 둘이나 들어갔으니 전술 변화가 예상되는 교체였다.

울산이 곧장 만회골을 터뜨리는 듯했다. 일단 교체 자원 마틴 아담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정동식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골을 취소했다. 이후엔 마사가 한 번, 마틴 아담이 한 번씩 슛을 날리며 양팀이 골 찬스를 주고받았다.

후반 31분, 대전이 경기에 변화를 줬다. 체력이 빠진 선수들 대신 힘 좋은 자원들을 보강했다. 공격에서 활약이 뛰어났던 마사와 티아고를 빼고 공민현과 전병관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맘때 문수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숫자가 발표됐다. 17,251명이었다.

후반 33분, 울산이 기어코 만회골을 터뜨렸다. 코너킥에서 파생한 장면이 반대편에 위치한 루빅손에게 이어졌고, 루빅손의 크로스가 주민규에게 닿았다. 주민규는 헤더로 대전의 골망을 갈랐다. 부상을 안고 싸우면서 기어이 골까지 터뜨린 투혼이었다. 동료들에게 귀감이 될 만했다. 이후 대전의 공격이 이어졌는데 조현우 골키퍼가 선방을 해냈다.
 

 

경기는 막바지까지 치열했다. 울산은 어떻게든 공격 텐션을 유지하며 대전의 골문을 노렸고, 대전은 더는 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버티고 버텼다. 주민규와 마틴 아담의 묵직한 투 톱을 앞세운 울산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위력적이었다.

후반 44분, 울산이 드라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또 주민규였다. 주민규는 마틴 아담이 살짝 눌러준 볼을 정교한 왼발 감아차기로 마무리했다. 이제 경기 막바지는 울산에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홍명보 울산 감독 또한 두 손을 번쩍 드는 셀레브레이션으로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향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결국 경기는 3-3으로 마무리됐다. 울산은 패배의 위기를 주민규의 투혼을 앞세워 극복했다. 반면 대전은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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