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출입문 개방 사고 범인 구속…“답답해서 빨리 내리고 싶었다”

대구=명민준기자 2023. 5. 28. 19: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비행기 문을 연 범인이 저를 보더니 씨익 하고 웃더군요."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이윤준 씨(46)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범인의 당시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문을 연 피의자 이모 씨(33) 바로 옆에 앉아 바람을 맞는 모습이 퍼지며 '빨간바지 아저씨'로 알려진 이 씨는 착륙 후 비상구로 뛰어내리려는 피의자를 승무원 등과 함께 저지하기도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공항 착륙 중 항공기 비상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긴급체포된 30대 남성 A씨가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5.28/뉴스1
“비행기 문을 연 범인이 저를 보더니 씨익 하고 웃더군요.”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이윤준 씨(46)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범인의 당시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문을 연 피의자 이모 씨(33) 바로 옆에 앉아 바람을 맞는 모습이 퍼지며 ‘빨간바지 아저씨’로 알려진 이 씨는 착륙 후 비상구로 뛰어내리려는 피의자를 승무원 등과 함께 저지하기도 했다.

● “비행기 탔을 때부터 상태 안 좋아”

제주에서 대구로 오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에서 착륙 전 문이 열려 승객 10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이중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시 문이 열리면서 승객들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중 증세가 계속된 6명은 즉각 병원으로 이송, 치료 중이다. 사진은 26일 오후 대구공항에 강제 개방된 채 착륙한 항공기 모습. 2023/5.26/뉴스1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 자격으로 제주에서 안전교육을 한 뒤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런데 비행기 좌석에 처음 앉았을 때부터 옆자리에 앉은 피의자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이 씨는 “(피의자가) 계속 비행기 내부를 봤다가 창 밖을 봤다가 하며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며 “많이 긴장한 것 같았고 상태가 안 좋아 보여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오전 11시 40분 제주공항을 이륙해 낮 12시 45분에 대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착륙을 준비하던 낮 12시 35분경 피의자가 갑자기 앉은 채로 비상구 레버를 당겨 문을 열었다. 비행 고도는 약 700피트(약 213m) 였다.

당시 이 씨는 모자 위로 헤드셋을 쓴 채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며 모자와 헤드셋이 벗겨져 날아갔다. 이 씨는 “뒤에 앉은 학생들이 울기 시작했고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며 “순간 옆자리를 쳐다봤는데 피의자 얼굴에서 섬뜩한 미소가 보였다”고 했다.

이 씨는 얼굴을 돌려 대각선 방향에 마주 앉아 있던 승무원과 눈이 마주쳤다. 이 씨는 “승무원이 눈빛으로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낮 12시 37분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 피의자는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선 비상구 쪽으로 접근했다.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치자 이 씨는 왼팔을 뻗어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며 저지했다.

100㎏ 가량 나가는 체구의 피의자와 이 씨가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이 달려와 간신히 저지할 수 있었다. 낮 12시 47분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이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 문 열었다”

착륙 중 항공기 비상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긴급체포된 30대 남성 A씨가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5.28/뉴스1
착륙 직후 체포된 피의자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았다. 답답해서 빨리 내리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뚜렷한 직업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했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병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했던 건 아니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씨는 28일 오후 1시 50분경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에 출석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는 “빨리 내리고 싶었다”며 “(비행기를 탔던)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구지법 조정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약 1시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약 40분 만에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울산 전국소년체육대회 참가를 위해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제주 초등학생과 중학생 및 인솔자 65명 중 일정을 마친 8명(학생 5명, 인솔자 3명)은 29일 배를 타고 제주도로 돌아간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지는 “사고로 인한 불안감 등을 고려해 여객선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57명은 예정대로 29일 항공편을 타고 돌아다.

대구=명민준기자 mmj86@donga.com
손준영기자 hand@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