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실리콘밸리] 1000조 기업의 탄생-엔비디아의 교훈

한겨레 2023. 5.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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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아이폰 모멘트(moment·순간)가 시작됐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엔비디아 지티시(GTC) 2023' 기조연설에서 한 관측이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연구자 짐 판은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골드러시'를 위한 삽, 곡괭이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건 엔비디아 외에도 지피유를 만드는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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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미국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보이저’(Voyager) 전경. 엔비디아 제공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인공지능(AI)의 아이폰 모멘트(moment·순간)가 시작됐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엔비디아 지티시(GTC) 2023’ 기조연설에서 한 관측이다. 2007년 아이폰 출현 이후 앱 기반으로 사업 기회가 폭발한 것과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생성 에이아이 기술이 “전세계 기업인들에게 ‘긴박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그의 진단은 정확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선도적인 빅테크 기업은 서둘러 생성 에이아이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고 개인과 기업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그중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 그래픽칩 제조사였던 엔비디아는 어떻게 인공지능 산업에 없어선 안 될 기업이 됐을까?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9393억달러 기업이 된 배경이 뭘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연구자 짐 판은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골드러시’를 위한 삽, 곡괭이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지피티-4 같은 언어모델을 구동하는 핵심 하드웨어, 인프라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엔비디아가 그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지피유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없어선 안 될 반도체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피유의 강점인 ‘병렬 연산’ 성능이 엔비디아 지피유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장 큰 배경이 됐다.

생성 에이아이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는 언어 모델은 2017년 구글이 발표한 논문에 소개된 ‘트랜스포머’(변환기) 아키텍처(컴퓨터 하드웨어 구조)가 핵심이다. 이 아키텍처의 핵심이 병렬 연산이다. 이를 적용하니 언어를 이해하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이 크게 개선됐고, 결과적으로 많은 대규모 언어모델의 기반이 됐다.

이미지 생성 모델 역시 텍스트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기에 트랜스포머를 쓴다. 이런 생성 에이아이 트렌드는 병렬 연산을 위한 핵심 반도체인 엔비디아 지피유를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엔비디아 외에도 지피유를 만드는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엔비디아는 다른 어느 기업보다 먼저 지피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일찌감치 병렬 컴퓨팅 플랫폼 및 ‘앱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인 ‘쿠다’(CUDA) 생태계를 만들어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자를 구축하고 끊임없는 연구·투자로 한걸음씩 앞서 나갔다.

엔비디아의 미래 예측은 어떻게 보면 간단했다. 시간이 갈수록 쌓이는 정보 및 데이터로 미래엔 더 강력한 컴퓨팅 성능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병렬 연산, 병렬 컴퓨팅 플랫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물론 예측이 맞았다고 기업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산업 트렌드에 맞게 필요를 충족해줄 제품을 실제로, 그것도 한발 앞서 만들어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엔비디아는 결국 게임을 넘어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머신러닝(ML), 클라우드,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컴퓨팅이 필요한 대부분의 첨단 산업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회사로 자리잡았다.

이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새 시장이 열리며 생태계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시기여서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준비한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인공지능 반도체라는 거대한 물결에 올라탈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 시장 점유율 70%라는 경쟁력을 발판 삼아 과감히 도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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