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패싱' 수모에서 벗어나려면

김기석 2023. 5. 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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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passing)'.

사전적으로는 '테니스에서 네트 앞에 다가온 상대 선수의 왼쪽이나 오른쪽 옆으로 타구(打球)하는 일'을 의미한다.

테슬라가 아시아 제2공장을 국내에 건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희망고문'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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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passing)'. 사전적으로는 '테니스에서 네트 앞에 다가온 상대 선수의 왼쪽이나 오른쪽 옆으로 타구(打球)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존재감이 없어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빗대어 자주 사용된다. 지나가다를 의미하는 단어 'pass'에 현재분사를 만들어주는 접미사 'ing'만 붙였을 뿐인데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찌 보면 우리나라 현실을 표현하고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기업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이에 거점을 옮기는 기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기업은 거의 없다. 세계 10대 수출국, 반도체·배터리 강국, K팝 등 내로라하는 강점이 무색하다. 글로벌 규모의 기업은 물론 중소 규모의 기업도 한국을 찾는 사례가 드물다. 테슬라가 아시아 제2공장을 국내에 건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희망고문'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10년, 20년 불황에 이어 30년 불황'이라는 타이틀로 무시당하던 일본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5조원 투자에 나섰고 대만 TSMC는 10조원 이상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연구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고, 삼성전자도 요코하마시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이나 인도 등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는 국가로 이전하는 글로벌 기업은 셀 수도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탈(脫)중국화를 고려하면 지금이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기다. 미국 패션브랜드인 갭(GAP)과 아메리칸 이글, 포에버21,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아마존도 앱스토어 사업이기는 하지만 중국을 떠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애플은 현재 전 세계 아이폰 공급량의 80% 정도를 생산하는 중국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줄이고, 맥북 거점은 올해 안에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상한 것은 우리나라를 찾는 글로벌 기업은 거의 없는데도 사업하기 좋은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예전 자료이기는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업하기 좋은 국가 13위까지 올랐고, 세계은행(WB) 발표 자료에서는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대세인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어봐도 우수한 인재, 뛰어난 기술력, 인프라 등을 들어 사업하기 좋은 국가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도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작 우리 기업한테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해외진출 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기업의 6% 정도만이 리쇼어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돌아오고 싶지 않은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말뿐인 지원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늦으면 우리 기업으로부터도 패싱당할 수 있다.

김기석 국제부장·경제부문장 kks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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