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은 더 주셔야겠어요”...집주인들 집값 올린 까닭은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5.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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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서울 거래 전수조사
아파트 매매 1만305건 中
6억~9억원 27.8% 달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효과
응암·봉천·상계동 거래 多
특례대출 80% 이미 소진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박형기 기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급매가 속속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주인들도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 호가를 올해 초보다 1억원 가까이 높여서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 공인중개사)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며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들어서는 서울 아파트의 상승 거래 비중이 하락 거래 비중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1만30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의 매매거래 비중은 27.8%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 가격대의 매매거래 비중은 20.2%로 올해 7.6%p 늘어났다.

6억원에서 9억원 사이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난 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과 집주인들의 전세보증금 상환을 돕기 위해 정부가 올해 초 출시한 모기지 상품이다. 6억원 이하 주택은 연 3.25%,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최저 최저 연 4.05% 금리가 적용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비교하면 소득에 비례해 대출을 내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6억원에서 9억원 사이 매매 거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일어난 거래가 118건으로 가장 많았다. 관악구 봉천동(95건), 노원구 상계동(82건), 성북구 길음동(75건)도 이 가격대 거래가 많았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33건), 백련산파크자이(24건), 래미안아트리치(21건) 등 비교적 신축에 해당하는 단지 거래가 많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9억원 이하 주택 중에서도 59㎡과 84㎡ 등 실거주로 인기가 많은 평형대 거래가 많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난 뒤 일부 투자 수요도 붙으며 매매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은 가격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특히 노원구는 4월 넷째주부터 반등을 시작해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가격회복 기대심리로 주요지역 선호단지 중심으로 급매물 소진 후 상승거래가 발생해 전반적으로 상승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노원구의 B공인중개사는 “급매 문의는 많지만 이미 호가가 많이 올라 거래가 다시 주춤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큰 인기를 끌며 정부의 연간 공급 목표액이 조기 달성될 전망이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은 13만7079건, 30조 9408억원 신청이 접수됐다. 올해 공급 목표액(39조6000억원)의 78%가 넉달 만에 소진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6~7월경엔 공급 목표액을 모두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연내 목표액을 달성해도 연말까지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의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은 정부의 규제완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의 영향이 크다”며 “역전세 심화, 경기침체, 미미한 통화량 팽창 등을 감안할 때 특례보금자리론이 소진되면 분위기가 다시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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