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예고된 스타 '슈퍼루키 방신실'이 경계해야 할 것들
[골프한국] 예고된 스타 탄생이었다. 그의 등장만으로 KLPGA투어에 긴장감이 감돌고 열기가 달아오르는 '방신실 효과'가 역연하다.
28일 강원 원주의 성문안CC(파72‧6662야드)에서 열린 E1채리티 오픈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신인 방신실(19)이 보기 없이 버디 2개로 2언더파를 치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 유서연2(20), 서연정(28) 등 공동 2위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올 시즌 첫 루키 우승이다. 그것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방신실은 시드전 40위로 풀시드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의 진가를 확인받는 데는 많은 대회가 필요 없었다.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무기로 KLPGA 챔피언십 4위, NH투자증권 챔피언십 3위 등으로 주목받다 다섯 번째 대회 만에 데뷔 첫 우승을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조건부 시드'에서 벗어나 2025시즌까지 풀시드를 확보하며 상금 랭킹(6위), 신인상 포인트(3위), 대상포인트(6위) 등 각종 지표에서도 공식 순위에 오르게 됐다.
방신실의 등장 이후 KLPGA투어에는 '메기효과(Catfish Effect)'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드라이브샷을 매번 동반선수보다 20~40m 멀리 보내고 파5 홀을 어렵지 않게 2온에 성공하는 그를 따르는 아미(army)가 형성되는 등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그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를 끌던 스타 선수들이 그의 등장으로 빛을 잃은 느낌이다. 순식간에 변한 대회 분위기에 긴장하는 기색까지 보인다.
스타급 선수들의 긴장은 그의 공식기록이 대변한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9.63m, 그린 적중률 79.63%, 18홀 평균 스코어 70.08타 등으로 모두 1위다. 선수들 눈빛에서도 '앞으로 1승을 올리기도 쉽지 않겠다'는 위기감마저 읽힌다. 참가 대회 수가 늘어나면서 다소 미흡해 보이는 그의 어프로치 샷과 퍼팅실력이 보다 정교해지면 정말 '무적'이 될 자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신실 효과'는 KLPGA투어는 물론 LPGA투어에도 새로운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여자골프가 고품질의 신인 공급으로 LPGA투어에서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듯 '방신실 효과'로 경쟁력 있는 선수 공급이 활성화한다면 한국 여자골프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류가 될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신실 앞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력이 최고의 강점이지만 이 강점이 그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선수와 라운드하든 그의 드라이브샷은 동반선수보다 20~40미터 차이가 난다. 매번 나중에 세컨 샷을 날려야 한다. 가장 멀리 날린 선수의 교만이나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먼저 어프로치 샷을 날린 선수의 공이 홀 가까이 붙으면 자신은 더 가까이 붙이겠다는 경쟁심리로 긴장하게 돼 자연스런 샷을 못 날릴 수도 있다.
추격받는 부담을 감당해낼 능력도 필요하다. 추격자들은 비거리가 짧은 대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교한 샷을 연마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추격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정신력, 추락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방신실이 자신의 특장에 담긴 약과 독을 다스리는 능력까지 갖추었을 때 그의 주무대는 LPGA투어가 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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