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몰린 中 "韓과 반도체협력" 일방 발표
왕원타오·안덕근 만났지만
韓측 발표자료엔 언급 안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연일 경제안보 제재 수위를 올리는 가운데 다급해진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해 협력하자고 한국에 전격 손을 내밀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공급망 공조를 구축한 한국 통상당국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중국이 내민 손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 장관회의에서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상무부 발표에 대해 미국이 대중국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을 제한하며 다른 나라의 동참을 유도하는 등 디커플링(공급망에서 특정국 배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한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이 한국과 협력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중국 상무부가 보도문 형태를 통해 회담 결과를 즉각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미·일 간 경제안보 밀월관계가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이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칠 소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라는 문구는 한국 측 발표에 빠져 있다. 산업부는 "안 본부장이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며 "중국 내 우리 투자 기업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21일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구매 중지 조치를 내리자 미국이 한국 측에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도체 부족분을 한국 기업이 대체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상태에서 중국이 한국에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면 중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측에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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