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동강에 가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5.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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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은 대뜸 말문을 막는다

어이없다, 참 여러 굽이 말문을 막는다

가슴 한복판을 뻐개며 비스듬히 빠져나가는

저기 내려 꽃피고 싶은 기슭이 너무 많다

몸이 먼 곳

인생이 저렇듯 아름다울 수 있었겠으나

어떤 죄가 모르고 자꾸 버렸으리라

늙은 사내는 엎드려 산 첩첩 울고

물길은 산에 막히지 않고 간다.

- 문인수 作 '동강에서 울다'

동강에 가 본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을 만난다. 강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만나는 절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자기 자신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사람들은 모두 깊은 생각에 빠진다.

인생은 왜 저렇게 아름답지 못했을까? 가슴을 두드리면서 물어보지만 답은 없다. 그저 이 시를 쓴 시인처럼 엎드려 울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운다 한들 강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유유히 흐를 뿐이다. 강물은 그래서 위대하고 그래서 영원하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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