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백신 피해자에게 엔데믹은 없다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3. 5.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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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엔데믹 선언했지만
정부는 피해보상법 뒷짐지고
보상전문위 투명성 논란 거듭
백신 피해자들에겐 찬바람만

간염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차이점은 뭘까.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백신 접종 후 몸속엔 항체가 생긴다. 항체 형성 지점은 몸속에서도 혈액이다.

간염 바이러스는 몸속에 침투한 후 혈액으로 들어가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간에 도달해 염증을 일으킨다. 간에 도착한 이후 비로소 간염이 발병한다.

그런데 백신 접종자는 혈액에 항체가 있으므로 혈액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간에 도달하기 전에 무력화된다. 따라서 간염 백신은 간염 예방이 가능하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이 바이러스는 침투 후 곧바로 혈액으로 들어가지 않고 코 점막세포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킨다.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그 사람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고, 콧물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백신을 맞았다 해도 항체는 혈액에만 존재한다. 코 점막은 혈관과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혈액에 있는 항체가 점막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제아무리 백신을 수백 번 맞는다 해도 백신은 코로나 감염을 막지 못한다.

이것이 간염과 코로나 백신의 결정적 차이다. 간염 백신은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감염을 막기 힘들다.

다만 코로나의 경우 감염된 사람이 기저질환자나 노인이라면 점막에 달라붙은 바이러스가 점막 기저판을 허물고 그 밑에 있는 혈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혈관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혈액을 타고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심장과 뇌 등을 공격해 중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은 혈액에 항체가 존재하므로 혈액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무력화된다. 코로나 백신이 감염 자체는 못 막더라도 중증으로 악화되는 건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백신은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다. 어떤 질병은 감염 자체를 예방하고, 어떤 질병은 중증으로 가는 걸 방어한다.

그러나 지금 상당수 국민은 백신을 불신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권력의 탓이 크다. 팬데믹 기간, 권력은 온갖 첨단기술을 백신과 연결시켜 국민을 옭아맸다. 백신패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백신이 코로나를 예방해준다고 거짓말을 해가며 전 국민에게 접종을 강요했다.

하지만 대부분 백신을 맞았는데도 국민 70%가 코로나에 걸렸다. 지난겨울 12~60세 백신 추가 접종률은 15%에도 못 미쳤다. 심지어 60세 이상 고위험군조차 30%를 겨우 넘겼다.

게다가 팬데믹 때 접종한 백신은 임시 승인된 것이라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걱정이 컸다. 지금까지 백신 부작용 신고 건수는 48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심근염 등 중증은 1만9000건, 사망은 2000명에 육박한다.

여기서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정부의 강요로 백신을 맞은 후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은커녕 분노만 촉발하고 있다. 백신 피해보상전문위원회란 곳은 백신과 부작용 간 인과성을 심사할 때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등 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현장 역학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폭로도 터져나온다. 급기야 백신 피해자들은 전문위 해체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백신 피해에 납득할 만한 보상과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백신패스 등 비과학적 정책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하라. 피해보상전문위 등 보상 시스템도 새판 짜기를 검토해야 한다. 포괄적 피해 보상도 입법이 시급하다.

봄과 함께 가정의 달을 지나고 있지만, 백신 피해자들에겐 아직 추운 겨울이다. 엔데믹이 선언됐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팬데믹이다.

[남기현 벤처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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