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아나 '공포의 12분 착륙' 안전사고는 늘 이렇게 허를 찌른다

2023. 5.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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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194명을 태운 아시아나여객기의 비상구 문이 고도 250m에서 열리는 아찔한 사고가 26일 발생했다. 비상구 옆에 앉은 30대 승객이 문을 열어버렸다고 한다. 이후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해 멈추기까지 12분이 걸렸다. 그동안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문을 연 승객은 경찰에서 "실직 후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이런 이유로 비행기 문을 연다는 건 상상이 안 된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일이다. 안전사고는 늘 이렇게 허를 찌르며 발생한다. 대형 사고일수록 특히 그렇다.

안전사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스위스 치즈 모델'이라는 게 있다. 스위스 치즈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지만 물이 새지 않는다. 여러 구멍이 일렬로 정렬해 치즈 덩어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구멍이 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 대형 사고도 마찬가지다. 한두 개 구멍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여러 구멍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야 일어난다. 사실 그런 확률은 매우 낮다. 그렇기에 작년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사고일수록 예측을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대형 사고가 나지 않도록 구멍을 맡은 각자가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한꺼번에 구멍이 터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건 여러 구멍이 동시에 뚫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문이 열리면서 큰 구멍이 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히 승객들이 안전 띠를 매고 있었다. 그 덕분에 비행기 밖으로 몸이 밀려나지 않았다. 착륙 직후 승무원과 승객이 힘을 합쳐 문을 연 승객을 제압했다.

안전사고가 나면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기와 같은 기종은 비상구 옆 좌석을 비우겠다고 했는데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면 곤란하다. 해당 좌석에 앉은 승객은 긴급 상황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승객 탈출을 돕는 역할도 해야 한다. 한국은 2014년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 때마다 과학적 원인 규명은 뒷전이 됐고 책임 공방만 난무했다. 이런 식이면 안전사고에 계속 허를 찔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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