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 장타소녀' 방신실 생애 첫승 … 슈퍼스타 탄생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3. 5.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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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이 28일 E1 채리티오픈 우승을 확정 짓는 퍼트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KLPGA

"앞서 두 번의 우승 도전 실패가 도움이 됐다. 오늘은 좀 마음이 편했고 실패를 교훈 삼아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를 주로 잡고 페어웨이를 지키며 실수를 안 하는 전략을 세웠다."

300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샷,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개 대회 만에 우승, 생애 첫 우승이 1라운드부터 사흘 내내 선두를 유지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KLPGA투어에서 지금까지 상상도 못 할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올 시즌 '조건부 시드'로 출전하고 있는 전 아마추어 국가대표 주장 방신실(19)이다.

방신실은 28일 강원도 원주시 성문안 컨트리클럽(파72·6602야드)에서 열린 2023 KLPGA투어 시즌 10번째 대회인 E1 채리티오픈에서 2언더파 70타를 적어내며 합계 9언더파 207타로 2위 그룹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티샷을 선보이고 3번 우드로도 250야드나 보낸 방신실은 이날 평소보다 더 많이 우드 티샷을 선보였다. 앞서 메이저 대회인 KLPGA챔피언십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어이없는 샷 실수로 각각 공동 4위와 공동 3위에 머물렀던 아픔이 준 교훈 덕분이다.

그래도 방신실은 워낙 압도적인 장타를 날리는 덕분에 3번 우드로 주로 티샷을 했지만 가장 나중에 세컨샷을 날리며 그린을 공략했다. 이날 결정적인 버디를 잡아낸 16번홀(파5)에서는 넓은 연못을 넘겨 티샷을 292.2야드나 보낸 뒤 가볍게 버디에 성공했다. 방신실은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조금 벗어났는데 긴 어프로치샷이 홀에 딱 붙어 편하게 버디를 잡았다. 오늘 가장 잘한 최고의 순간"이라고 떠올렸다.

세 번의 우승 도전 끝에 거둔 값진 생애 첫 승. 가장 기쁜 점은 역시 올 시즌 남은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드 랭킹 40위'로 일부 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었던 이른바 '비정규직'에서 벗어났다. 또 지금까지 드림(2부)투어와 병행하며 거의 쉴 틈 없는 지옥 일정을 소화했지만 이제는 컨디션에 맞춰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방신실은 "꿈만 같다. 아직 얼떨떨하다"고 말한 뒤 "사실 올해 국가대표 친구들과 언니들이 정규투어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다. 이제 올해 남은 대회에 다 나갈 수 있고 스케줄도 조정할 수 있다. 그 점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각종 기록에서도 '토종 골프퀸'에 도전할 자격이 생겼다. 올해 출전 대회 수 50% 기준을 넘기며 시즌 상금 2억7889만원으로 상금랭킹 6위, 신인왕 랭킹 3위 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또 '최소 경기 상금 2억원 돌파' 신기록도 세웠다. 앞서 2017년 최혜진·박민지, 2019년 조아연은 6개 대회 만에 2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방신실은 불과 5경기 만에 2억원을 넘어섰고 '최소 경기 3억원 돌파' 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18년 박인비는 7경기 만에 상금 3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엄청난 비거리에도 훈련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국가대표일 때도 드라이버샷으로 235m가량 치기는 했다. 하지만 비거리를 더 늘리기 위해 지난 동계훈련에서 '스피드 훈련'을 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때 90분씩 특별한 빈 스윙 도구를 이용해 100% 힘으로 휘두르는 연습을 했더니 자연스럽게 20야드 이상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쉬운 우승은 아니었다. 대회에 앞서 감기에 걸려 너무 힘들었다는 방신실은 "그냥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쳤다"며 "첫 우승의 순간은 부모님도 너무 기다리셨다. 기쁨을 드린 것 같아서 좋다. 상금으로 오늘은 부모님께 내가 한턱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슈퍼스타'의 탄생이다. KLPGA투어 역사상 이렇게 편안하게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똑바로 치는 선수는 없었다. 당연히 골프팬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환호하고 있다. 방신실의 장타를 보기 위한 골프팬들이 성문안CC로 몰려들기도 했다. 방신실은 "사실 너무 신기하다. 알아봐주시는 분이 많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연예인이 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제 첫 승으로 안정된 시드도 확보한 방신실의 다음 행보는 세계 1위다. 방신실은 "고진영 프로처럼 멘탈이 강하고 성실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뒤 "기회가 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고 세계랭킹 1위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물론 지금 목표는 '꾸준한 톱10'이다. 그리고 스폰서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다. 블랙스톤 코스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며 스폰서에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원주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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