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섬 美中전략 요충지"… 尹, 서울 무대로 첫 다자정상회의

한예경 기자(yeaky@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입력 2023. 5. 28. 17:15 수정 2023. 5. 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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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29일부터 이틀간
피지·통가 등 18개국 참석
韓, 인태전략 외연확장 나서
태도국 14國중 12國 유엔회원
어업등 국제영향력 무시 못해
尹, 28일 5국 정상과 연쇄회담
"해양수산 등 협력 확대하자"

1970년 우리나라가 통가와 첫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한국·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다자 정상회의로 태도국을 택한 것은 지난해 한국이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은 이후 이 지역을 인태 전략의 새 전구로 편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이 태도국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바탕으로 세를 확장하면서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까지 체결하자 미국도 지난해 태도국과 첫 정상회의를 하고 지난 2월 솔로몬제도에 공관을 개설하기도 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요충지로 태평양이 급부상하면서 한국도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9~3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태도국 정상회의에는 14개 태도국과 프랑스 자치령 2곳(프렌치 폴리네시아·뉴칼레도니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18개 태도국포럼(PIF) 회원국 정상과 PIF 사무총장이 초대됐다. 전 세계에서 태도국과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는 프랑스·일본·미국 정도인데 뒤이어 우리나라가 첫 정상회의를 여는 것이다. 식민역사를 갖고 있는 프랑스는 '프랑스·오세아니아 정상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일본은 3년에 한 번씩 '태도국 리더스 미팅'을 개최하고 있다.

태도국은 14개국 중 절반이 인구 2만명도 채 안 되는 작은 국가들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목소리는 작지 않다. 14개국 중 12개국이 유엔 정식 회원국이며, 이들은 유엔 내에서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그룹의 25%를 차지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여부를 결정짓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도 1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는 어업으로 깊이 얽혀 있는데, 우리 원양어업 생산량 중 60%가 태도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나온다. 특히 연간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우리나라 참치 어획량 중 90%가 이 지역에서 잡힌다.

외교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도국에 한국 공관을 추가 개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태도국에 설치된 한국대사관은 주(駐)피지대사관과 주파푸아뉴기니대사관 두 곳뿐이다. 피지대사관에서 키리바시·나우루·투발루·마셜제도·미크로네시아연방을, 파푸아뉴기니대사관에서 바누아투·솔로몬제도를 각각 겸임하고 그 밖의 국가는 주뉴질랜드대사관과 주필리핀대사관에서 나눠 맡고 있다.

태도국은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등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뉘는데 주피지대사관과 주파푸아뉴기니대사관은 모두 멜라네시아에 몰려 있다. 특히 한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파푸아뉴기니·피지·마셜제도 중 마셜제도에만 한국 상주공관이 없어 마셜제도에 추가 공관 설치를 검토할 전망이다.

피지는 2012년 한국에 상주공관을 설치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주한 피지대사관이 잠정 폐쇄됐고 한국과 피지 간 항공편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관 재개 및 양국 간 항공편 재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태도국 가운데 유일한 미수교국인 니우에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식 수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상에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니우에를 제외하면 코소보·시리아·쿠바뿐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면 다자정상회의인 만큼 정부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행사 하루 전날 이미 방한한 5개 태도국의 정상과 연쇄 회동을 했다. 윤 대통령은 키리바시,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정상과 만난 자리에서 각국 양자 협력 현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발 협력, 기후변화 대응, 해양수산 협력, 보건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같은 태도국의 관심 분야에 대해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각국 정상들은 "대한민국이 공적개발원조(ODA) 기여를 확대해 나가면서 태도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는 데 대해 크게 고무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에게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예경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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