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등록 D-1에도 ‘잠잠’한 여당 최고위원 선거판…물밑 눈치 싸움은 치열

조문희 기자 2023. 5. 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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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오는 29일부터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되지만 당 안팎이 잠잠하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물론 공식 출마를 선언한 사람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전당대회처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가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후보 등록을 주저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당 지도부도 개입 의혹을 우려해 사전 교통정리를 망설이고 있다.

28일 오후 기준 국민의힘 원내·외 인사 중 최고위원 보궐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없다.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일은 오는 29일·30일이다. 경선은 2주 뒤인 내달 9일 당 전국위원회 투표로 진행된다.

당 안팎에선 김석기(경북 경주), 김정재(경북 포항), 박성중(서울 서초을), 송언석(경북 김천),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 등 실무 경험이 있는 재선 의원이 주 후보군으로 언급됐지만 정작 하마평에 오른 이들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초선 중에선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용 의원이 출마를 고심했지만 최근 재선급 이상 인사의 당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치르는 최고위원 선거에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당 지도부 입성은 통상 차기 총선 공천 보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선거 후보자 추천권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갖지만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개별 최고위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선거판 수면이 잠잠한 배경엔 치열한 물밑 눈치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의원들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과 당 주류가 후보군인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밀어내는 모습을 학습했다. 만에 하나 지금도 윤심 후보가 있다면, 괜한 출마로 헛심 쓰고 미운털 박힐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후보 등록 시 내야하는 기탁금도 4000만원으로, 가능성이 작은 선거에 소비할 만큼 작은 돈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부 후보 추대론도 거론되고 있다.

총선을 이끌 지도부 역할이 도리어 부담이란 분석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가 회복되지 않으면 동반 사퇴 등 지도부 책임론이 생기기 쉽다. 윤 대통령 및 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 않는 현 상황에서 지도부 합류가 자신을 위해 좋은 전략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도부 활동은 대개 서울 여의도에서 이뤄져 지역 의원의 경우 자기 지역구 관리에는 외려 소홀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당 지도부도 후보 난립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이 공천 개입 의혹 발언 녹음 파일과 ‘제주 4·3사건은 북한 김일성 지시’ 등 설화로 사퇴한 자리인 만큼 과열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경쟁 후보 간 네거티브가 자칫 당 안정을 흔들까 우려도 크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공정성 논란을 우려해 특정 후보를 미는 데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까지 등록 후보자가 없으면 기한을 연장해 추가 등록을 받을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지도부가 어설프게 끼면 중립성 논란이 생긴다”며 “재공고까지 가서 ‘아무도 (최고위원) 하려는 사람이 없구나’하는 분위기가 되면 누군가가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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