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난동' 30대, 1시간만에 영장 발부…제주 학생들 일부, 배편 복귀(종합2보)
사고 충격에도 제주 선수들 육상 경기 완주…응원 쏟아져
(대구·제주·울산=뉴스1) 남승렬 오현지 조민주 기자 = 아시아나 여객기가 착륙하기 전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한 30대 남성 A씨(33)에 대한 구속영장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약 1시간만에 발부됐다.
대구지법 조정환 부장판사는 28일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열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초 A씨의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A씨가 범행을 자백해 영장 발부 시간이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적용된 혐의는 항공보안법 위반 등이다. 항공보안법 23조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한 승객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6일 낮 12시35분쯤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기에서 착륙 직전 비상 출입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으로 제주지역 초·중학생 등 12명이 과호흡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승객 194명은 극도의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학생들은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계획 범행'을 부인하며 "아이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이 포승된 채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검은색 상하의,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차림으로 포토라인에 선 그는 "범행 동기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초간 침묵한 뒤 "빨리 내리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특히 문을 열면 승객들이 위험할 줄 몰랐냐는 질문에 "(과호흡 등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에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며 변호사 접견실로 들어섰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에도 그는 "비상문은 왜 열었느냐", "다른 승객에게 하실 말 없느냐", "왜 뛰어내리고 싶었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만 매우 작은 소리로 되뇌이며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날 경찰은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약 213m(700피트) 상공에서 아시아나 항공기 비상 출입문을 강제로 열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A씨에 대해 "범행의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대구가 고향으로 7~8년 전쯤부터 제주에서 생활해 왔다. 제주에서 여러 직종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직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쯤 마지막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 둔 그는 실직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어머니에 따르면 그는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으로 전해져 실연에 따른 우울감 등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경찰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정신병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두고 수사당국은 "아직 (정신병력 여부가) 확인된 바 없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향후 착륙 당시 A씨를 제압한 승객과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방된 문을 막은 승무원 등을 불러 당시 상황을 조사할 계획으로 계획이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했던 제주지역 학생 일부는 "비행기 타기가 겁이 난다"며 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해 비행기가 아닌 배편으로 제주에 돌아온다.
전국소년체육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제주지역 학생 선수 5명은 29일 새벽 지도자 동승 하에 여수발 배편으로 제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들 학생은 사고기에 탔던 트라우마로 비행기를 타기 불안하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합을 마친 학생 31명과 체육회 임원 12명은 이날 오후 항공편을 이용해 돌아올 예정이다.
제주 복귀 후에도 항공기에 탑승했던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병원에 이송됐던 9명에 대해서는 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연계해 별도 관리한다.
한편 학생들은 사고 충격에도 소년체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
이날 오전 울산종합운동장 육상트랙 남주 중등부 800m 예선 경기 출발선에 선 제주 선수는 앞 선수와의 거리가 계속 벌어지는 가운데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지만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다.
제주 소속 선수가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충북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2분8초11보다 21.84초 뒤처진 2분29초95의 기록이었다.
다소 아쉬움이 남은 기록이었지만 관객들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 관객은 "잘했다 친구"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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