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스라엘, 반도체 윈윈 가능 … 삼성전자와 협력 원해"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3. 5. 28. 16: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창업혁신 이끄는 니르 바르카트 경제부 장관
예루살렘 비즈니스단지 추진
韓제조·이스라엘 기술 협력땐
국제무대서 경쟁력 발휘할 것
창업자에 중요한 건 유연성
상황 따라 아이디어 추가하고
사업 방향도 바꿀수 있어야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 정부 집무실에서 니르 바르카트 경제부 장관이 매일경제와 창업 혁신·반도체 협력 등에 관해 인터뷰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원전 1446년,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400년 이상 살던 이집트를 벗어나 그들이 향했던 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현 이스라엘)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곳엔 젖과 꿀이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강수량이 적어 물이 부족하다. 영토 곳곳이 메마른 광야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 이집트와 비교가 안 되는, 척박한 환경이다(성경에 가나안이 비옥한 곳으로 표현된 것은 신앙적 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1990년대 초 히브리대학의 하임 라비노비치아와 나훔 케달 교수가 토마토 연구를 시작한 것은 척박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물 사용량을 10분의 1로 줄이고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토마토 개발에 나선다. 이후 1995년 결실을 맺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방울토마토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방울토마토의 종주국이 된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조화된 사회가 아닙니다. 위계질서도 없어요. 이것이 이스라엘의 최대 장점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방울토마토뿐 아니라) 사이버 방화벽 등을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죠."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정부 집무실에서 만난 니르 바르카트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은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산업 사령탑이다. 1988년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는 등 그 자신이 창업가 출신이다. 세계 최초로 사이버 방화벽을 개발한 체크포인트의 최고경영자(CEO)로도 활약했다.

그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장도 바뀌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도 바뀐다. 창업자는 모든 가능성과 기회를 염두에 두고 빠른 피버팅(전환 창업)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바르카트 장관은 "연구개발(R&D)과 제조를 모두 아우르는 비즈니스 단지(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을 그곳에 초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이스라엘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

▷앞으로 양국 간 협업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스라엘의 혁신기술과 한국의 뛰어난 제조 경쟁력 간에 엄청난 시너지가 생성될 것이라고 본다. 두 나라 기업이 손잡고 협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비즈니스 클러스터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예루살렘에 R&D와 제조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양국 간에 의미 있는 협업 모델을 만들 것이다. 반도체는 두 국가가 윈윈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다. 이스라엘은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 칩을 개발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놀라운 결과물을 내고 싶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강국이다. 원동력은.

▷다름 아닌 군대다. 다수 이스라엘 사람은 제대 이후 민간으로 가서 군대에서 체득한 모든 노하우를 상업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컨대 나는 과거 체크포인트 회장이었다. 군대에서 보안 관련 기술을 많이 접했고, 민간 상업화에 응용해 (사이버) 방화벽이 세계 최초로 바로 만들어졌다.

―한국도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지만, 군대가 창업 요람은 아니다. 한국 창업가들이 군대 말고 이스라엘에서 배울 게 있다면.

▷이스라엘엔 '유대인 두 명이 모이면 세 가지 의견이 나온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유대인들은 토론하길 좋아하고 수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그것을 공유한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조화된 사회가 아니며 위계질서도 없다. 논쟁은 유대인의 유전자다. 엄청나게 다양한 의견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그 결과 혁신기술이 탄생한다. 그것이 이스라엘이 국민 1인당,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98개)을 보유하게 된 또 다른 원동력이다.

현재 사법개혁을 놓고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일(대규모 찬반 시위)에 대해 세상 사람들의 걱정이 많지만, 우리는 이것도 장점으로 본다. 한국 젊은이들도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여러 도전과제를 함께 극복할 힘이 생긴다.

첨언하자면 한국은 이스라엘보다 인구가 많긴 하지만 5000만명 역시 아주 큰 규모는 아니다. 따라서 한국 젊은 창업가들은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도전하라.

―한국에선 창업 후 투자를 받아 4~5년 뒤 성과가 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압박이 시작되고, 심지어 창업가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뭔가.

▷스타트업이 성과를 내는 시기는 사업 내용마다 다를 수밖에 업다. 업종마다 다르다. 그런데 업종과 상관없이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창업가는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버팅이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이토로(eTORO·세계 최대 사회적 거래 네트워크 및 글로벌 투자 플랫폼)는 현재 20년 전 창업 당시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그에 맞춰 시장이 변하고, 이미 규모가 커진 유니콘도 변한다. 창업가가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유연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투자자들은 계속 투자하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천국' 이스라엘에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교육 시스템을 산업 현장에 맞게 혁신하고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시스템과 기업사회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많은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업가 수는 항상 모자라고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기업가와 기술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현재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과 학교에서 배우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해마다 기술이 발전해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그대로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의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 시스템에 현장 기업가들을 참여시켜 기술에 대한 교육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교육 시스템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니르 바르카트 장관

△1959년 10월 19일 출생 △히브리대 컴퓨터공학 △낙하산 여단 소령 △소프트웨어회사 BRM 창업 △체크포인트 대표 △예루살렘 시장 △리쿠드당 합류 △경제부 장관

[텔아비브 남기현 벤처과학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