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혈뇨, 한번 나오고 멈췄다고 방심은 금물

2023. 5.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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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남성 A씨는 3년 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 혈뇨를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에는 다시 소변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와 괜찮아진 줄로만 알았다. 혈뇨를 무심하게 지나치고 3년 뒤, 다시 혈뇨가 발생해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니 이미 방광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결국 A씨는 방광을 적출하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삶의 질도 많이 나빠지고 방광암 재발의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만일 그때 비뇨의학과를 찾았다면 조기 진단과 적절한 내시경 수술로 훨씬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즐길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 중에 혈뇨, 특히 육안적 무통성 혈뇨는 우리가 놓치면 뒤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말이다.

혈뇨(hematuria)란 적혈구가 정상 범위보다 많이 소변에 섞여 배설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눈으로 봐도 피 색깔이 보이는 경우와 검사상 발견되는 현미경적 혈뇨로 나눌 수 있다. 현미경 고배율 시야상 적혈구가 3개 이상 관찰되는 것이 2~3번 이상 검사 때 반복해서 발견되면 혈뇨로 진단한다.

혈뇨와 함께 통증이 있으면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다. 하지만 통증이 없고, 잠깐 혈뇨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안심하기 쉽다. 그러나 혈뇨가 나타났다는 것은 요로부터 방광, 신장 등 어느 한 곳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소변 색이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비뇨의학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통증 없는 혈뇨가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신장암,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등 다양하나 가장 대표적이고 치명적인 질환이 '방광암'이다. 방광암 환자의 약 85%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눈으로도 혈뇨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방광암일 확률이 더 높다. 혈뇨는 소변이 빨갛게 혹은 짙은 갈색이나 검붉게 보일 수도 있다. 방광암은 나이가 많고 흡연 경험이 있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으며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4배 이상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혈뇨 때문에 병원에 온 환자의 기본적인 검사는 요 검사, 요세포 검사, 방광 내시경과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영상 검사다. 남자 환자의 경우 여기에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추가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검사는 내시경을 통해 방광 안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광경 검사다.

방광암은 특징적으로 종양이 포도송이 또는 산호초 모양으로 보인다. 영상 검사를 통해 주변 장기로의 침범 여부나 방광과 같은 상피세포로 이루어진 신우나 요관 등에 동반된 암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전립선암은 지난 23년 동안 5년 생존율이 38% 증가했지만, 방광암은 생존율이 6.9% 늘어나는 데 그친다. 특히 여자 환자의 경우 2.6%만 증가했다. 방광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여자 환자의 경우 혈뇨가 있더라도 이를 방광염 정도로만 생각하거나, 비뇨의학과 방문을 꺼려 조기 발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방광암은 주요 위험 인자가 흡연과 나이인 만큼, 40세 이상이면서 육안으로 혈뇨가 보였거나 요 검사에서 혈뇨가 있었다면 바로 병원에서 방광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흡연자라면 훨씬 가능성이 높다.

방광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금연과 동시에 발생 확률은 감소하므로 반드시 금연하는 것이 좋다. 화학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근무한다면 유해물질에 덜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방향족 아민(aromatic amine)이라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직군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진이다. 방광암은 일반적인 암 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형래 교수(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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