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묻혔을 수도”…또 ‘신종펫숍’에 개·고양이 100여 마리 희생

김지숙 2023. 5. 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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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동물을 맡아준다며 수백만 원의 비용을 받아온 업체들이 위탁받은 개·고양이를 업자에게 넘겨 죽여온 정황이 공개됐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에 "부득이하게 개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이용해 상업 행위를 하는 신종 펫숍의 편법 영업이 심각하다. 이들은 파양견을 끝까지 보호하는 보호소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반 펫숍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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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안락사 없는 보호소’ 표방한 업체들
파양비 수백만원 받고 업자 통해 ‘처리’
수백만 원의 파양비를 받아온 신종 펫숍 업체들이 개를 업자에게 맡겨 죽여온 것이 드러났다. 경기도 여주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개·고양이의 사체. <에스비에스>(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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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동물을 맡아준다며 수백만 원의 비용을 받아온 업체들이 위탁받은 개·고양이를 업자에게 넘겨 죽여온 정황이 공개됐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업체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제도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28일 <에스비에스>(SBS) ‘티브이(TV) 동물농장’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함께 지난 4월 경기도 여주의 한 농장에서 개·고양이 사체 60마리가 매장된 현장을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고양이 1마리와 개 59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는데 동물의 사체들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죽은 상태였다. 이 가운데 8마리는 동물등록 인식칩과 전화번호·이름이 적힌 목줄도 발견됐다.

방송에 따르면, 사체로 발견된 동물들은 땅 주인 ㄱ씨가 여러 군데의 사설 동물보호소 및 분양소에서 데려온 개들이었다. ㄱ씨는 방송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에서 마리당 11만~20만원씩 받고 개들을 데려와 보살폈지만 일주일에 7~8마리씩 자연사해 매장했다”고 해명했다.

수백만 원의 파양비를 받아온 신종 펫숍 업체들이 개를 업자에게 맡겨 죽여온 것이 드러났다.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부검을 진행한 결과 이미 백골이 돼 사인을 알 수 없는 일부 사체를 제외한 다수의 개체들의 사인은 질식사로 드러났다. 부검을 진행한 수의연구관은 “숨을 쉬고 있는 상태에서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두개골 손상이 있던 개체도 12마리로 나타났는데 모두 사이즈가 큰 개체들이었다. 매장 당시 살아있는 것을 모를 수 없는데 너무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ㄱ씨는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그제야 그동안 100여 마리의 개·고양이를 업체에서 데려와 처리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티브이(TV) 동물농장’에 “파양 보호소에서 견주에게 5~7일 이상 연락이 없으면 저에게 보낸다. 한 달이 보호 최대 기한이다. (파양 보호소에서) 저에게 죽이든지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즉 파양한 동물을 맡아준다는 파양 보호소가 ㄱ씨를 통해 개를 처리한 것이다. 그에게 개들을 맡긴 업체는 누리집에 ‘무료 입양, 무료 입소가 가능한 안락사 없는 쉼터’라고 홍보하지만, 업체들은 계약서에 개들의 보호 소식을 파양자가 받아볼 수 있는 기한을 최대 30일로 제한한 뒤, 입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ㄱ씨에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인식칩 정보로 접촉한 견주들은 모두 개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를 더이상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반려견을 안락사 없이 입양까지 시켜준다는 업체들에 개를 맡겼다고 했다. 개를 맡기며 300만~600만원의 파양비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ㄱ씨에게 개들을 보낸 ㄴ분양소가 경찰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영업을 지속 중인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수백만원의 파양비를 받아온 신종 펫숍 업체들이 개를 업자에게 맡겨 죽여온 것이 드러났다.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유튜브 갈무리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에 “부득이하게 개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이용해 상업 행위를 하는 신종 펫숍의 편법 영업이 심각하다. 이들은 파양견을 끝까지 보호하는 보호소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반 펫숍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양산업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성업하고 있는 이유는 누구나 동물을 사고팔 수 있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업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이번 사건으로 총 세 차례에 걸쳐 총 118마리의 동물 사체를 수습했으며 사건 추적 과정에서 동물 처리업자(땅 주인)에게 넘겨진 파양동물 65마리를 구조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업체들의 사기 행각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더 알고 싶다면
‘신종 펫숍’은 어떻게 파양견을 팔아 돈을 벌었나
https://hani.com/u/NzUzMA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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