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역대 최대 ‘격멸훈련’에도···북한 이례적 침묵, 무슨 속셈?

박광연 기자 2023. 5. 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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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총력
농사·건설에 군 동원···자원부족 현실
신형 무기들 공개하며 ‘과시’ 극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에 침묵하며 한 달 반 가까이 도발적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지연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내부 농사·건설 등에 집중하느라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년과 달리 재래식 무기로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신형 무기를 공개해 핵 무력 과시 효과를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도 읽힌다.

북한은 지난 25일 휴전선 일대인 경기 포천시에서 역대급 한·미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이 시작됐지만 사흘째(28일 기준) 도발적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앞서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세를 더욱 폭발 직전으로 끌어간다”는 잇따른 경고를 현실화하지 않았다. 도발적 군사 행동은 지난달 13일 고체연료 주입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이후 한 달 보름간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지난 21일 한·미·일 정상이 만나고 역대급 한·미 훈련이 전개되는 압박에도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에 강력히 반발하며 사상 첫 북방한계선(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와 다수 군용기 출격 등으로 대응했다. 이어 한·미·일 프놈펜 선언이 발표되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ICBM을 발사하기 이르렀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군사적 대응 여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4월 마무리를 공언했던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 발사 준비작업을 현지지도했지만 “여러 가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조태용 국가안보실장)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김 위원장이 올해 성과로 삼으려는 국방력 강화의 최우선 과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한이 지난 25일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것도 김 위원장의 조바심을 자극했을 수 있다.

모내기 철을 맞은 농사 등 주요 경제활동에 군이 투입된 현실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곡 생산 증대는 올해 북한 경제의 최우선 과제다. 가시적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는 건설 활동에도 군이 동원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이 점차 회복돼 자재 공급이 늘어나며 건설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말과 달리 한·미 훈련 등 군사적 움직임에 건건이 즉각 대응하지 않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번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서기에는 군사자원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빈번한 한·미 훈련에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부족한 자원이 고갈된다”며 “김 위원장이 선택과 집중으로 생각을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미사일 1발을 발사하는 데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 무력 고도화에 천착한 북한은 올해 수중 핵무기와 전술핵탄두, 고체연료 ICBM 등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해 군사적 과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홍 실장은 “신종 무기 하나만 보여줘도 한국에서 주목도가 엄청나게 높아진다”며 “옛날 무기를 하나하나 꺼내 보여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이 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되는 터라 북한이 향후 도발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주체 병기’ 개발 업적을 칭송하며 “일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발사장에까지 나오시여 발사 전 과정을 지켜보신 적은 그 몇번이던가”라고 밝혔다. 한·미가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 훈련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찰자산이 김 위원장 행적을 추적하는 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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