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라는 스승 만난 ‘장타퀸’ 방신실 와이어 투 와이어로 생애 첫 우승 감격[E1 채리티 오픈]

장강훈 2023. 5. 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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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이 28일 성문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어린 선수에게는 경험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 경험이라는 스승을 만나 성장을 거듭한 ‘슈퍼루키’가 생애 첫 우승 영광을 누렸다.

300야드(약 274m)를 웃도는 폭발적인 장타. 정교하진 않지만 섬세한 숏게임에 부드러운 퍼트. 그리고 겸손함. 프로 선수가 갖춰야할 모든 요소를 두루 가진 방신실(19·KB금융그룹)이 유일하게 없던 우승 트로피를 드디어 품에 안았다. ‘조건부’라는 꼬리표를 떼고 2025년까지 시드 걱정 없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방신실이 28일 성문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방신실은 28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성문안 컨트리클럽(파72·6520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오픈(총상금 9억원)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우승했다. 1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서 챔피언 퍼트를 넣을 때까지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규투어 첫 승을 따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치른 최종라운드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낚아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우승상금 1억6200만원을 받아 정규투어 다섯 개 대회만에 상금 2억원을 돌파(2억7889만원)한 역대 최초의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혜진과 조아연, 박민지 등이 6개 대회 만에 2억원을 돌파한 게 종전 최고 기록이었다. 방신실은 다음 대회에서 2111만원 이상 상금을 따내면 2018년 박인비가 작성한 최소대회 상금 3억원 돌파 기록(7개 대회)을 경신한다.

방신실(가운데)이 28일 성문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에게 꽃잎과 물세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신인상 포인트 역시 270점을 받아 6511점이 됐다. 김민별(19), 황유민(20)에 이은 3위로 진입했다. 출전 대회 수가 시즌 전체의 50% 이상이어야 신인왕 랭킹에 포함되는데, 방신실은 이번대회 전까지 50% 출전 기준을 채웠다. 이날 우승으로 풀시드를 받아, 신인왕 경쟁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KLPGA 챔피언십과 이달초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조로 최종라운드를 나섰지만 우승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다. 방신실은 “지난 두 번의 챔피언조 경험 덕분에 오늘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치를 수 있었다. 우승한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승을 확정한 순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는데 동료와 관계자들이 더 감격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방신실이 28일 성문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뒤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18번홀을 시작할 때까지도 2타 차 선두라는 것을 몰랐을 만큼 집중한 경기였다. 16번홀(파5)이 이날 경기 승부처. 전날 16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306야드(약 280m)를 보내는 과감함으로 버디를 따낸 기억이 있는 홀. 이날도 티샷을 292야드나 보내 2온을 노렸다. 세컨드 샷을 우드로 선택해 그린 우측 프린지에 볼을 떨어뜨렸고, 세 번째 샷 만에 1m 이내 버디퍼트를 남겨뒀다.

1타 차로 추격하던 김희지의 칩샷이 홀 뒤쪽 내리막 경사를 타고 흐른 탓에 파 퍼트도 실패한 사이 방신실은 어렵지 않게 버디를 잡아 격차를 벌렸다. 위기 아닌 위기는 18번홀에서 나왔다. 2타 차 선두라는 사실을 몰랐던 방신실은 “지난 이틀간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최종라운드에서도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한대로 17번홀까지 페어웨이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방신실이 28일 성문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확정한 뒤 첫승을 의미하는 손가락 한 개를 펼쳐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그러나 18번홀에서는 우드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 러프에 빠졌다. 벤티그라스 특성상 비가 오면 클럽이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고, 플라이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 챔피언조 압박감을 경험한 방신실은 과감하고 자신있는 스윙으로 변수를 지워냈다. 세컨드 샷으로 볼을 페어웨이로 보낸 방신실은 세 번째 샷을 홀까지 7m 남짓 거리에 세웠다. 동반자가 모두 홀아웃한 뒤 챔피언 퍼트로 생애 첫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고교 3년 내 국가대표로 뛰었고, 주장 중책까지 맡은 방신실은 지난해 KLPGA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40위에 그쳐 정규투어 ‘조건부 출전’에 그쳤다. 그는 “친구들이 모두 정규투어에서 뛰고 있는데 혼자 드림투어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올해 신인 중 가장 먼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대역전극으로 그간 설움을 훌훌 털어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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