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해냈지만...누구도 못 피한 `실패스토리` 아시나요
우주발사체 발사는 수많은 변수와 리스크를 이겨내야 하는 싸움이다.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듯한 고난도 도전이다. 특히 지상에서 보기엔 멀쩡히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발사체에 실린 위성을 목표한 궤도에 완벽하게 올려놓지 못해 '실패'로 기록된 경우도 많다.
◇누리호, 3차 발사 만에 실용위성 배달 성공
3차 발사 만에 실용위성을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누리호의 성과에 박수를 보낼 만한 이유다. 25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실려 우주로 향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궤도에 안착해 지상과 정상적인 신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 기술 발사체로 우리 실용위성을 쏘아 올려 가동하게 한다는 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브리핑에서 누리호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양방향 교신이 8차례 이뤄졌고 모든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성은 이르면 8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향후 2년간 태양동기궤도에서 하루에 지구를 약 15바퀴 돌면서 재난재해 관측 등 임무를 한다. 함께 쏘아 올린 소형 부탑재 위성인 큐브위성 7기 중 5기는 오후 6시 30분 현재 양방향 교신이나 신호 수신을 통해 궤도 진입이 확인된 상태다. 나머지 2기 가운데 '도요샛' 3호(다솔)는 누리호에서 정상 분리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1기는 지상과의 교신을 시도 중이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교신 시도 기간을 1주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공적으로 쏘고도 마지막 궤도 도달 못한 사례도 많아
누리호 3차 발사는 목표로 한 궤도에 성공적으로 도달했지만 우주발사체는 대부분의 과정을 끝내고도 최종 궤도 도달에 실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누리호 1차 발사 때가 그랬다. 당시 누리호 3단 엔진 연소가 예정보다 먼저 끝나 목표 궤도보다 낮은 궤도에서 위성 모사체가 분리됐다. 1995년에는 우리 위성인 무궁화위성 1호를 탑재한 미국의 델타II 로켓이 발사과정에서 보조로켓 1기가 분리되지 않아 목표 궤도에 도달하지 못 했다. 이 때문에 부족한 거리를 위성 자체 연료를 태워가며 이동하다 보니 궤도에 진입한 후 위성의 수명이 4년 정도 단축됐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7년 6월, 장정 3B호 로켓이 3단 엔진 이상으로 차이나샛(Chanasat) 9A 위성을 목표궤도보다 낮은 궤도에 떨궜다. 이 위성 역시 자체 연료로 목표 궤도까지 가다 보니 원래의 수명 만큼 작동하지 못했다. 그에 앞서 2013년 12월에도 장정 4B호 로켓의 3단 엔진 중 하나가 조기에 연소 종료돼 위성이 목표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도에선 2021년 8월, GSLV 로켓의 3단 엔진에 불이 붙지 않아 목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해 발사에 실패했다. 유럽에선 2020년 11월,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Vega) 로켓이 상단 엔진 점화 후 이상으로 발사체가 궤도를 이탈하기도 했다. 상단의 주요 시스템을 연결하는 케이블 문제였다.
◇한번 성공하고도 실패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
한번 발사에 성공했다고 다음 발사의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발사에 성공한 후 후속발사에서 실패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미국의 아틀라스I 로켓이 그런 사례다. 이 로켓은 1990년 첫 발사에 성공했지만 이후 2번째, 4번째, 5번째 발사가 내리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의 소유즈(Soyuz-2-1v) 로켓은 2013년 첫 발사에 성공하는 '초심자의 행운'을 누렸지만 두 번째는 실패였다. 러시아의 앙가라(Angara A5) 로켓도 2014년 첫 발사에 성공한 후 2021년 세 번째 발사에서 부분 실패를 경험했다.
유럽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아리안5(Ariane 5) 로켓은 1996년 첫 발사 실패 후 후속 발사에 성공했지만 2001년과 2002년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베가(Vega) 로켓은 2012년 첫 발사에 성공했지만 수년이 지난 후 시도한 2019년과 2020년 발사는 실패했다.
일본 국민들은 H2 로켓의 1994년 첫 발사가 성공하자 환호했다. 그러나 5년 후인 1999년 발사는 실패로 판명났다. H2A 로켓 역시 2001년 첫 발사 성공 후 2003년 6번째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의 장정 6호(CZ-6) 로켓은 2016년 첫 발사 성공 후 두 번째 발사에서는 실패의 아쉬움을 맛봐야 했다. 인도의 GSLV 로켓은 2001년 첫 발사에 실패한 후 후속 발사에 성공했지만 2010년 두 차례 발사에서 실패한 경우다.
◇스페이스X도 수많은 실패…공중폭발도 다반사
대표적인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도 무수한 실패를 딛고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우주로 가던 발사체가 고꾸라지고 공중폭발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스페이스X는 지난 4월 20일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발사체로 꼽히는 '스타십'을 시험 발사했지만 발사 4분여 만에 공중에서 돌다가 그대로 폭발했다.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분리조차 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는 2020년 2월 스타십의 프로토타입인 'SN1'부터 해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스타십은 원래 발사가 예정돼 있던 4월 17일에도 1단 로켓 부스터에 압력을 가하는 밸브가 막히면서 발사가 미뤄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도 성공하기 앞서 10번의 발사 연기와 2번의 실패가 있었다. 1차 발사 때는 발사까지 단 7분 56초를 남겨놓고 중단됐다. 원인은 1단 고압 탱크의 압력 측정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오류였다. 이후 문제 된 부분을 보완해 6일 후 1차 발사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2차 발사 때도 발사를 3시간 앞두고 중단됐다. 주변 소방 설비에서 소화용액이 흘러나온 게 문제였다. 문제를 개선해 다음 날 2차 발사를 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3차 발사도 2번의 발사 중단 끝에 성공했다.
나로호의 수많은 실패는 누리호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성장판이 됐다. 우주개발은 혁신도 중요하지만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필수이고, 이를 위해선 경험과 축적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수많은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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