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최초로 관측한 라이고, 3년 만에 재가동…“더 깊은 우주 들여다 본다”
아인슈타인 예견한 중력파, 100년만에 최초 검증
3차 운영 기간 중 코로나로 조기 종료
탐지 거리 2배 가량 늘려 4차 운영 재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관측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가 재가동을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3월 가동이 중단된 이후 3년여만이다. 라이고는 이 기간 중 장비를 개선해 관측 범위를 2배 가까이 늘리고, 감도도 개선해 더 많은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스 매클리버 라이고 연구협력단(LSC) 부대변인은 이달 24일 “지난 몇년간 전 세계 천여명의 과학자들이 노력해 중력파를 더 깊게 엿볼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블랙홀과 중성자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며 라이고의 재가동 소식을 전했다.
◇중력파 존재 예측 100년만에 라이고로 관측
아인슈타인은 1915년 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주변 시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는 중력이 만들어진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파동이 우주 전체의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데, 이 파동에 ‘중력파’라는 이름 붙였다.
다만 중력파를 실제로 실제 관측할 수는 없었다. 중력파 검출에는 10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머리카락 하나의 굵기 수준인 0.1㎜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정밀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술로는 이 정도 정밀도의 검출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예측 이후 100년이 지난 2015년 9월 라이고에 의해 증명됐다. 라이고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각각 운영하는 두 개의 중력파 관측 시설이다.
라이고는 중력파에 의한 시공간의 왜곡을 측정해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했다. 라이고는 길이 4㎞ 터널이 수직으로 만나는 구조로, 이 곳에서 양쪽 터널 끝으로 레이저를 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빛의 속도는 일정해 중력파의 영향이 없다면 두 개의 레이저는 동시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중력파의 영향을 받으면 시공간에 왜곡이 생기면서 레이저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의 차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간섭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라이고는 당시 지구에서 10억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력파를 관측했다.
라이고의 중력파 관측은 물리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중력파를 이해하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주 관측에 주로 쓰이는 전자기파를 이용하면 빅뱅 후 38만년 이후부터 볼 수 있지만, 중력파는 빅뱅 직후의 모습을 바로 보여준다. 전자기파로는 볼 수 없는 초기 우주를 중력파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라이고 프로젝트를 이끈 3명의 과학자는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탐지 거리 2배 늘어나, 중력파 사냥 나선다
라이고가 처음으로 중력파 관측에 성공한 이후 몇 차례 장비 성능 향상을 통해 중력파 관측 빈도를 높여왔다. 특히 2019년 4월에는 라이고의 3차 운영 기간(O3)이 시작되며 6개월 간 39개의 새로운 중력파 신호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관측된 중력파를 통해 80개 이상의 블랙홀 병합과 2개의 중성자별 병합을 찾아냈다.
다만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라이고 3차 운영은 2020년 3월 조기 중단됐다. 이번 재가동은 4차 운영 기간(O4)으로, 앞으로 2달 동안 시운전을 거쳐 이후 2년 동안 중력파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라이고는 그간 검출기의 정밀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통해 감도를 약 30% 높였다. 이로 인해 중력파 탐지 범위가 넓어지고, 중력파를 포착하는 속도도 이전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라이고 연구진은 이번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대 6억광년 떨어진 쌍성 중성자별의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차 운영 기간에서 관측 거리는 최대 3억9000만광년으로, 2배 가까이 관측 범위가 늘어나는 셈이다. 또 민감도도 크게 높여 예상대로라면 정상 가동 이후에는 2~3일마다 중력파를 한 차례 이상 감지할 수 있다.
알베르트 라자리니 LIGO 연구소 부국장은 “지난 2년간 1000여명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우주를 더 깊게 볼 수 있게 됐다”며 “중성자별과 쌍성 블랙홀 시스템을 더욱 잘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이고 외에도 다른 중력파 탐지 시설도 중력파 탐색에 함께 나선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주도하는 유럽 중력 관측소(EGO)에서 운영하는 비르고(VIRGO)와 일본의 카미오카중력파검출기(KAGRA·카그라)가 동시에 중력파 관측에 나설 예정이다. 세 종류의 시설이 동시에 중력파를 관측하면 지금까지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려웠던 중력파의 발생 장소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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