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대응책은 뭐

박순봉 기자 2023. 5. 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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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부소방서가 지난 3월29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기차가 지하층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던 전기자동차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2대가 전소되고 1대는 일부만 탔다.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불길에 휩싸였다. 옆에 차에도 옮겨 붙으면서 총 6대 차량이 불에 탔다.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동차에 불이 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빠른 진압이 어려워 주변에 불이 옮겨붙기가 더 쉬운 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사고가 나면 인근 차량까지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기를 화재 진압이 쉬운 위치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전 중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완속충전과 최대 충전량의 80%까지만 충전을 유도하도록 과금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충전 후에도 계속 주차하는 전기차는 아파트 내에서라도 주차비를 부과하도록 하는 안도 나온다.

최근 화재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난 터라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화재에서 자칫 대형 화재로 확산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은 위치에 따라서 달라진다. 비교적 연쇄 화재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은 건 주행 중 충돌 등에 의한 화재 사고다. 도로 위에서 공간이 개방돼 있어 화재 진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도 않다. 야외 주차장에서 충전 중에 화재가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대응이 쉽다. 다만 터널 내 충돌 화재 사고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아파트나 건물 지하주차장은 차들이 붙어 있는 데다가 출입구가 좁은 경우가 많다. 소방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유독 가스로 인한 인명 피해 위험도 훨씬 크다.

전기차 화재의 거의 유일한 대처법인 이동식 수조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여가기 쉽잖아 진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최근에는 아파트나 건물 지하에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질식 소화덮개’도 일부 구비돼 있다. 대표적으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지하주차장 등에 일부 비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장소로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옮기는 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는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에 지상이나 비교적 진입이 쉬운 지하 1층에 충전소를 두거나 전용 주차장을 두는 방안 있다”면서도 “전기차 보급률이 아직 낮은 초기에는 특혜 논란이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 중 화재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요금제 개편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충전율 80%까지는 비교적 화재 위험율이 낮다”면서 “80% 충전할 때까지는 현재 요금제를 유지하고, 80~90%는 20% 비싸게, 또 90~100%는 요금이 2배가 되는 식으로 조정해서 80% 이하 충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충전 이후에는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 주차장이라고 하더라도 과금을 하는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완충이 되면 지상이나 지하 1층 입구 쪽으로 옮기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완충이 되고 나서 30분부터는 10분당 1000원, 1시간 이후에는 2000원씩 주차비를 부과하는 식으로 법을 개정해서 전기차를 옮기도록 하면 충전소도 더 잘 활용할 수 있고 화재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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