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같은 분식 회계인데 과징금은 20배···4년 전과 뭐가 달랐나

유희곤 기자 2023. 5. 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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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매일방송(MBN)이 종합편성채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하는 분식회계(회계사기)를 지적받은 지 4년 만에 같은 내용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다시 받았다. 사실상 동일 사건이지만 분식회계 규모만큼 제재도 강화되는 신 외부감사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시기까지 금융당국이 감리 기간을 확대하면서 과징금이 20배 늘었다. MBN은 12년 전에 시작한 분식회계로 이미 임직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데 이어 17억원이 넘는 과징금과 벌금, 6개월 영업정지 제재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4일 제10차 회의에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MBN, (주)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3명에게 과징금 14억596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이미 4년 전 금융위가 제재했던 것과 같은 내용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금융당국은 MBN이 2011년 12월 종합편성방송 출범 당시에 최소 자본금 3000억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600억원을 대출받은 뒤 회사 임직원들에게 법인 주식을 수십억원씩 사도록 하고 고의로 회계를 조작한 것으로 봤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9년 10월30일 MBN 등 3개사 및 장 회장 등의 검찰 고발,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과징금 7000만원 부과 조치 등을 의결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당시 MBN에 적용한 분식회계 사업연도는 2011~2016년이었다. 금감원은 2018년에 MBN에 대한 감리를 착수하면서 2017년과 2018년 결산 사업보고서는 감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019년 11월 장승준 당시 MBN 대표(현 매일경제 대표) 등 전·현직 임원과 MBN 법인을 불구속기소하면서 분식회계 대상 사업연도를 2018년까지 포함했다. 2021년 6월에 장 대표 벌금 1500만원, 이유상 전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등 혐의가 확정됐다. MBN 법인의 확정 벌금은 2억원이었다.

금감원은 2021년 들어 첫 번째 감리에서 빠진 MBN의 2017~2018년 사업보고서 감리에 착수했다. 2018년 사업보고서부터 해당되는 개정 외부감사법이 두 번째 감리에 적용된 것이 과징금 상향의 핵심 변수가 됐다.

이전까지 비상장사는 분식회계가 적발돼도 외부감사법 적용을 받지 않아 자본시장법상 과징금만 부과받았고 금액도 낮았다. 덕분에 MBN은 금융당국의 첫 번째 감리에서 2011~2016년까지 6년간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부과받은 과징금은 7000만원에 그쳤다.

반면 2018년 11월1일에 시행된 신 외부감사법은 비상장사의 분식회계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행령에 위임한 과징금은 절대금액 상한 없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액의 20%를 적용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MBN에 대한 2차 제재는 분식회계 대상 사업연도가 첫 번째 감리(6개년)의 3분의 1(2개년)로 줄었는데도 과징금은 20배로 늘어났다. 1차 제재 때 빠진 매일경제신문까지 포함됐다.

만약 MBN이 금융위 제재가 나오기 전에 혐의를 인정하고 2019년 3월에 확정하는 2018년 사업보고서를 미리 수정해 작성·공시했다면 금융당국의 ‘과징금 폭탄’은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신 외부감사법 시행 후 과징금은 2019년 0원, 2020년 19억7000만원, 2021년 33억2000만원, 지난해 123억5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이 ‘이중제재’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MBN도 같은 사건을 또 제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금융당국 내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같은 위반 행위가 이어진 것은 맞지만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는 매년 작성해 공시하는 만큼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로 분식회계 대상 연도가 늘었고, MBN 측도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공시를 한 사안이며, 이중제재 문제도 논의 과정에서 해소됐다”고 말했다. MBN은 금융위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면 통지를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MBN은 6개월 업무정지 위기에도 처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2020년 11월25일 MBN에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MBN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방통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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