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매카시 “부채한도 협상 원칙적 합의”…의회 통과 난항 예상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이 27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서 잠정 합의를 이뤘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9일 앞두고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상·하원 표결이라는 관문이 남은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오늘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과 원칙적으로 예산안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합의)는 지출을 줄이면서도 노동자들을 위한 핵심 사업을 보호하고 모두를 위한 경제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합의안은 나와 민주당의 핵심 우선순위와 입법 성과를 보호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번 합의는 타협을 의미하며, 이는 모두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것이 통치의 책임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합의는 미국인을 위해서도 좋은 소식”이라며 “경기 침체와 퇴직 연금 손실, 수백만개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파국적인 디폴트 사태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도 이날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할 일이 많지만 미국인에게 합당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후 1시간30분 가량 전화통화를 하고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다.
양측은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조건으로 2년간 정부 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구체적으로 2024 회계연도에 비국방 분야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 이후 예산 증액에 상한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화당의 요구대로 저소득층을 위한 푸드스탬프(식량 보조 프로그램) 등 복지 수혜자에 대한 근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양측은 실무협상을 통해 부채한도(31조4000억달러)를 상향하되 2년 간 연방정부 지출을 삭감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였다.
이로써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디폴트 시한으로 언급한 6월5일을 넘기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다만 의회 표결 절차가 남아있어 안심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매카시 의장은 28일 부채한도 인상 합의문을 의원들에게 제공하고, 31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하원 내 공화당 프리덤코커스와 민주당 진보코커스 등 양당 강경파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정부 지출을 대폭 줄여야만 부채한도 상향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보고 있고, 민주당 진보파는 바이든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가 강경 보수에게는 온건하게, 진보파에게는 엄격하게 비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프리덤코커스 소속 의원들에게 휘둘려 15차례나 재투표를 거친 끝에 힘겹게 선출된 매카시 의장이 강경파를 설득해낼 지가 관건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부채 한도를 협상 수단으로 삼아 넉 달 이상 ‘벼랑 끝 전술’을 벌인 끝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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