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의 ‘아름다운 동행’…야구장에 울려퍼진 농아인의 외침
선 감독 “세상 떠난 옛 청각장애인 친구 떠올라”
농아인 야구팀 15개, 등록 선수 300명 불과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야. 소리를 질러. 가슴이 울리도록 질러!”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인 야구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글러브>에서 코치 김상남(정재영)은 상대 팀에 0-32로 완패하고도 속으로만 분을 삭이던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라고 다그친다.
상남의 눈에는 농아인의 소리가 비장애인에게 이상하게 들릴까 걱정하며 입을 닫고 산 선수들의 마음이 경기 중에 읽혔다. 선수들은 이후 야구장에서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해 생기는 약점을 메우려고 소리를 낸다. 이들의 외침은 2023년 현재 스크린 밖에서 계속되고 있다.
영화 속 농아인 야구선수들 곁에 상남이 있다면, 현실에는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있다. 지난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제14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서 선 전 감독을 만났다.
선 전 감독은 지난 2010년 이 대회에서 시구하며 맺은 인연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농아인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선 전 감독은 “어렸을 적 친한 친구 중에 청각장애인이 있었다. 세상을 일찍 떠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고, 평소 친분이 있던 주최 측 요청으로 시구를 하며, 내 이름을 걸고 대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선 전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 용어는 ‘희생 번트’라고 한다. 그는 농아인들의 야구 경기를 보며 ‘희생정신’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선 전 감독은 “땅볼과 플라이를 치고 죽을 줄 알면서도 베이스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은 프로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며 “이들의 야구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고, 동료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농아인야구소프트볼연맹에 등록된 농아인 야구팀은 15개, 등록 선수는 약 300명이다. 코로나19 탓에 한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아 야구를 그만둔 선수들도 많다고 한다. 야구를 즐기는 농아인들의 몇 안 되는 해방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안산 윌로우즈 소속 투수 김선도씨(26) 또한 최근 몇 년간 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는 야구가 좋아 충주성심학교에 입학한 케이스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주말에 좋아하는 야구를 하며 평일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
선도씨는 수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야구는 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코로나19 시기에 대회가 중단돼 많이 힘들었다”며 “농아인 야구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팀 숫자가 많지 않고, 등록 선수도 얼마 되지 않다 보니, 농아인 야구대회는 1년에 4~5번밖에 열리지 않고 있다. 조일연 한국농아인야구소프트볼연맹 회장은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처럼 민간 기업에서 대회를 열어주는 것 이외에 정부 등 공적인 지원을 받아 개최되는 대회는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 전 감독은 “선수들의 열정으로 지금까지 대회가 유지될 수 있었다. 농아인 야구가 더 활성화되도록 나를 포함한 야구인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힘을 보탰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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