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한국영화 다양성의 원천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역동적인 역사”(외신인터뷰)[76th 칸영화제](종합)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칸의 남자’ 송강호(56)는 이제 명실상부 세계적 배우다.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Thierry Fremaux)가 “‘거미집’의 상영은 어메이징하고 위대한 프리미어였다. 관객들은 영화를 즐겼고 반응은 뜨거웠다”는 찬사에 덧붙여 송강호를 향해 “칸 영화제의 품격을 높여줬다. 중요한 건, 송강호가 여기 칸에 와 있다는 것이고, 칸은 당신의 집이다”라고 경의를 표했을 정도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화난 제작자, 히스테릭한 배우, 고압적인 검열관의 혼란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감독(송강호)의 모습을 담아냈다.
송강호는 27일(현지시간) AFP와 인터뷰에서 “아마 이런 영화 촬영장에 가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비슷한 심리적 공황을 겪은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AFP는 ‘기생충’이 2019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 훨씬 이전부터 송강호는 한국에서 대세배우라고 소개했다.
송강호는 “나는 30년 전 연극배우였고 내 꿈은 무대 위에서 아주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다 우연히 영화와 영화 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충무로와 인연을 맺었다.
'기생충'을 비롯해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봉준호 감독은 과거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1990년대 송강호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거장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부정적인 무게가 아니라 건강한 무게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영화의 얼굴 중 한 명인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된 후 문화의 역동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북한과의 전쟁과 수년간의 군사 독재 등 한국의 험난한 과거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매우 역동적인 역사를 겪었다. 예술가들은 항상 창작하고 전진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을 느꼈다. 이것이 한국 영화의 다양성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치 강에 댐을 만들었을 때 작은 균열이 생기면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힘이 대단한 것과 같다”고 전했다.
한편 송강호는 27일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꾸(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송강호는 "영광된 자리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돼 기쁘다"면서 "배우나 예술가의 삶을 생각해보면 기쁨과 고통의 시간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무대 위의 기쁨을 위해서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견디지 않나 생각한다. 오늘 수상하신 모든 분께 경의를 바친다"고 밝혔다.
그는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영화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About Dry Grasses)의 메르베 디즈다르에게 여우주연상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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