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하향조정에도…경제 ‘상저하고’ 희망 이유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대내외 경기 부진으로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의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중’ 수준의 소폭 회복만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리 경제수장들은 상저하고의 희망섞인 관측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파급효과가 확대되고,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경기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다. 민간소비 회복도 경기 회복의 한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도 다음달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인데, 기존 전망치(1.6%)보다 하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아예 우리 경제가 1% 초반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각각 올해 경제성장률을 1.1%,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도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제한되고 선진국의 금융불안이 이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올해 성장률이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2% 중반대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망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 1% 초반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이 내수 회복에 집중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보다 약했고,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수출 부진의 터널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과 중국 관광객의 국내 유입이 느리게 개선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0%대 회복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KDI는 이달 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한은도 상반기 성장률이 0.8%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경기 개선 폭도 제한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은은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폭을 304억달러에서 256억달러로 축소했다. 기존 2%로 예상했던 하반기 성장률도 1.8%로 낮춰잡았다. KDI도 하반기 성장률을 2.4%에서 2.1%로 낮췄다. 이에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기조가 아닌 ‘상저하중’의 저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섞인 시각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6일 “우리 경제가 견조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면서 선진국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4분기 반도체 경기 저점을 통과하며 수출이 회복되고, 중국의 경제활동 등 대외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은 우리 하반기 경제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은은 중국경제의 리오프닝 효과가 강화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대 중국, IT 수출과 중국인 방한객이 증가하면서 올해 국내 성장률이 1%중반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저하고’ 희망이 이어지는 이유다.
코로나19 완화 이후 확대되는 민간소비도 기대 요소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수출 부진 등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 활성화에 힘입어 0.3% 플러스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심리가 개선되며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특히 국외소비는 국제선 운항 확대 등으로 빠른 회복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 수치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총재는 “전 세계 선진국 평균 경제성장률이 1.3% 정도 된다”며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이정도 성장하고 있으면 우리만이 너무 비관적이거나 파국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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