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이신영의 아노미 “내가 왜 이러는 지 몰라!”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이건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전요 어쩔 땐 선생님이 겁나리 대따리 열나리 무섭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대꾸도 야리꾸리하다. “이건 또 뭔 개 코 씹어 먹는 소리야!” 개 풀 뜯어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개 코 씹어먹다니.. 하여튼 이상한 사람이다. 아니 다 이상하다. 이 곳도 이상하고 여기 사람들도 이상하고.. 그래서 젠장 나도 이상해졌다.
‘낭만닥터 김사부3’의 일반외과 레지던트 3년차 장동화(이신영 분)가 아노미에 빠졌다.
수학학원이 자리 한 낡은 건물이 붕괴됐다. 현장은 아수라장였다. 2차 붕괴의 위험 속에 사수인 서우진(안효섭 분) 선생과 박은탁(김민재 분) 선생이 진입했다. 지하에 심각한 부상 환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렇다고 거길 왜 들어가냐고? 재난 상황시 의료진의 안전이 1순위라며? 의사가 무슨 슈퍼맨야?
뭐 어쨌든 응급처치는 잘된 듯 사람들이 빠져나왔다. 하지만 서우진과 박은탁, 서우진이 케어한 환자와 구조요원 둘을 남겨두고 2차 붕괴가 진행됐다. 생사 확인도 안된다.
한때 짜증났던 두 사람인데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프다. 그때 김사부(한석규 분)가 도착했다.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사부조차 포기하려 할 즈음 박은탁 선생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서우진 선생은 낙하 철근에 왼쪽 팔등과 팔뚝이 관통당했단다.
김사부가 혼자 진입했다. 뒤미처 나도 덩달아 들어갔다. 그러니까 왜? 내가 왜 들어갔냐고? 좋은 소리도 못들었다. “넌 또 왜 왔어?” “저도 뭐 도울 게 없나 하고..” 현장 상황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표정이 허옇게 떴던 모양이다. “너 그런 얼굴 할려면 올라가. 빨리 올라가!” 버텼다. “싫습니다.” 가랄 때 가지, 그러니까 내가 또 왜 버텼냐고? 마침 저혈당쇼크가 온 다른 환자가 있었다. ‘거 봐, 내가 도울 일 있잖아!’
돌담으로의 후송까지 큰 탈은 없었다. 김사부는 서우진 선생의 수술을 직접 감당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멘탈에 탈이 난 것 같다. 난 원래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벨을 최고로 치는 사람였다.
같은 신입인 이선웅(이홍내 분) 선생이 물었을 때 분명히 말했다. “제 목표는 뚜렷합니다. 항외과요. 부모님 땜에 할 수 없이 의사까지는 됐지만 누군가의 목숨을 책임질만큼 그런 사명감은 없어서요. 응급환자 없이 9시 출근·6시 퇴근 보장, 꾸준하고 적당한 수준의 환자들이 유지되면서 워라벨이 보장된 삶, 그게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서울에서도 충분히 전공의 수련 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내려왔냐는 질문엔 “그냥요, 여긴 어떤 덴가 하고...” 정도로 얼버무렸다. 뭐 그 얘기야 언제 다시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어쨌건 요는 그런 내가 ,왜 붕괴현장을 들어갔는 지 나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상한 건 또 있다. 탈영병이 내가 살린 환자한테 총을 겨눴었다. 나보고는 나가라고 했다. 그럴 작정였다. 뒤도 안보고 내빼야 마땅했다. 근데 발은 안떨어지고 입은 횡설수설했다. “나갑니다.. 나가야죠.. 니갈건데.. 아 진짜.. 그그 근데요. 그렇게 위험한 물건 들고 다니면 안되는데.. 여기 중환자실이라 마스크는 필수고 손소독도..”
탈영병이 소리쳤다. “비키라고!” 그때 내 입은 극도로 위험한 발언을 뱉어냈다. “어떻게 비켜요. 그럼 쏘실거잖아요.” 탈영병의 표정이 변했다. “그럼 같이 죽던가!” 그렇게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다.
“멈춰요!” 서우진 선생이 막아섰다. 그리고는 겁도 없이 막말을 했다. “그렇게 포장하면 좀 있어 보이나? 변명이고 핑계잖아. 도박하다 들켜서, 다니던 군대서 짤려서, 본인의 모자람이 화나서, 아무한테나 화풀이 하는 것 뿐이잖아 그것도 가장 저급한 방법으로!”
서우진 선생이 그렇게 탈영병을 자극하는 바람에 서선생만 끌려가고 나도 환자도 무사했다.
그러고 보니 서우진 선생은 그 전에도 나를 한 번 살렸었다. 돌담외상센터 첫 응급환자는 탈북민들이었다. 서우진 선생은 나보고 수술 대기 하랬지만 시간은 이미 새벽 3시 45분. 튀었다. 다음날 “잘못했습니다” 사과했더니 수술 환자를 종일 붙박이로 킵하라는 오더를 내렸다.
그런 부당한 오더는 사양이다. 마침 해군 함정서부터 환자를 돌봤다는 군의 이선웅 대위에게 잠시 자리를 떠넘기고 빈 화장실서 게임에 몰두할 때 탈북민이 감시 요원을 습격했다. 그리고 내가 잡힌 순간 서우진 선생이 들이닥쳤다.
서 선생은 바닥에 떨어진 내 핸드폰을 슬며시 주워 내가 하던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총성을 틀어 주위를 돌리고 그 탈북민과 몸싸움을 벌였다. 난 그때 아무 도움도 못주었었다.
아마 그때부터 일 것이다. 서 선생은 나를 못잡아 먹어 난리였다. 그의 한마디 “장동화 선생!”은 이명처럼 괴로웠다. 그러던 차에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꾀병으로 들어왔다. 꾀병 부릴 정도면 그 스트레스가 어땠을까. 몇 시간 쉬게 두어도 좋았으련만 내몰았다. 그리고 그 환자가 진짜 추락사고로 들어왔을 때 내 말 무시한 서우진이 미웠다.
그래 놓고 한다는 말이 “의사는 진단하는 사람이지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 내 앞의 환자에게 집중하는 게 내가 놓친 것들을 갚는 방식이야.” 그 오진 잘난 척이라니. 진짜 재수없었다.
김사부는 더 웃긴다. 동시에 들이닥친 빌라 화재 환자들 중엔 방화범 추정 할머니가 있었다. 살려내겠다고 난리다. 돈 없어 수술을 포기한 보호자 아들에게 김사부가 자기가 수술비 보증 설테니 사인하란다. 오지랖 쩐다.
국대 선수는 꾀병이라면서 짤없이 돌려 보내놓고 저 방화범 할머니는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이해하냐고? 그래서 좀 따졌더니 꼰대질이 돌아왔다. “수술실은 딱 두 종류의 의사만 들어갈 수 있어. 살리겠다는 놈. 배우겠다는 놈. 그런 마음 없이 함부로 칼 잡고 수술대 앞에 서면 안되는거야!”
그게 수술방 출입금지 이유라고? 아니지. 내가 서우진 선생한테 대들어서지. 전공의 나부랭이는 까불지 마라. 애저녁에 싹 죽여놓고, 기 꺾어놓고 시작하자는 거지. 그랬는데..
방화범이 잡혔다. 할머니는 방화범이 아니었다. 미안했다. 수술 마친 서우진 선생에게 물었다. 뜻밖에 내가 골지른 내용을 참고해서 살렸단다. “그러니까 저 할머니 환자 니가 살린거야. 잘했어. 그만 퇴근해라 피곤할텐데.”하며 어깨 툭툭 쳐주는 다정함이라니. 이거 반칙 아냐?
그래서 흔들린다. 흔들리는 내가 싫어 김사부 앞에서 다시 한번 단언했다. “전 항외과가 목표라니까요!” (누가 뭐래?) “그러니까 자꾸 절 흔들지 마시라니까요. 이거 뭐 퇴근 시간이 있길 하나, 게임할 시간이 있나?” (대신 사람이 있지!) “이런 이상한 병원, 이상한 사람들이랑은 절대 안맞는다구요.”
김 사부가 장난스레 웃으며 말한다. “근데 왜 흔들렸을까? 너 혹시 나 좋아하냐?”하면서 막 달려든다. 으흐, 극혐. 이상한 곳, 이상한 사람 중에 김사부가 제일 이상한 사람이다. 근데 자꾸 나도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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