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돌에 새긴 소박하지만 간절한 마음들 [이충우의 소소한 관심]

이충우 기자(crony@mk.co.kr) 2023. 5. 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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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향한 간절한 기도 “운주사”

꽃 피는 아침에는 절을 하여라

피는 꽃을 보고 절을 하여라

걸어가던 모든 길을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서서

부처님께 절을 하듯 절을 하여라

꽃 지는 저녁에도 절을 하여라

지는 꽃을 보고 절을 하여라

돌아가던 모든 길을 멈추고

헤어졌던 사람과 나란히 서서

와불님께 절을 하듯 절을 하여라

운주사에서 - 정호승

2023 운주사 / 사진=이충우
바지런한 새들의 지저귐만이 가득한 이른 새벽 인적 없는 운주사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사찰.

2023 운주사 / 사진=이충우
전남 화순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잘 알려진 사찰입니다. 양식이나 형태가 독특한 석불과 석탑이 절 곳곳에 있지요.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석불과 석탑은 누가, 왜 세웠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에 근거한 “돕고 보호한다는 뜻의 비보“사찰로 세웠다는 이야기가 가장 널리 전해지고 있지요.

또한 이곳 지형이 배(舟)형으로 되어 있어 배의 돛대와 사공을 상징하는 천불과 천탑을 세웠다하고 합니다.

2022운주사 / 사진=이충우
2023운주사 / 사진=이충우
경내에는 흔히 우리가 보는 반듯하고 균형 잡힌 탑과는 거리가 먼 탑들이 가득합니다.

탑신에는 절에서 흔히 쓰는 연꽃무늬 대신 부호와 같은 기하학무늬가 새겨져있지요.

2023운주사 / 사진=이충우
현재 사찰 경내에는 조각수법이 정교하지 않고 투박한 80여기의 석불, 21기의 석탑, 173기의 불재 및 탑재관련 유물이 남아 있습니다.
2023운주사 / 사진=이충우
2023운주사 / 사진=이충우
절 곳곳에 놓인 석불도 크기와 얼굴 모양이 모두 다른 형태와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홀쭉한 얼굴, 동그란 얼굴에 코는 닳았고 눈매는 희미합니다. 눈, 코, 입은 단순하게 선으로 처리하고 어떻게 보면 못생겼고, 어떻게 보면 우습게 생겨 근엄한 표정이라고는 은 찾아볼 수 없지요. 하나같이 우리의 얼굴을 보는 듯 소박하고 친근합니다.
2022운주사 / 사진=이충우
2022운주사 / 사진=이충우
2022운주사 / 사진=이충우
그리고 운주사에 들어가면 놓치지 말고 봐야 할 곳이 바로 와불. 대웅전에서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자연석 위에 조각된 거대한 두 불상 앞에 당도합니다.
2023운주사 / 사진=이충우
이 와불은 도선국사가 하루 낮과 밤사이에 천불천탑을 세워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고자 했으나 동자승이 장난삼아 닭소리를 내는 바람에 결국 완성을 못보고 와불로 남게 되었다고 하며, 이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흥미진진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이란 이름으로 천불천탑 운주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최종 등재됐으며 운주사의 대표적 유물은 운주사 9층 석탑(보물 제796호), 석조불감(보물 제797호),· 원형다층석탑(보물 제798호), 와형 석조 여래불(전남유형문화재 제273호)을 비롯해 총 16건의 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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