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샛 셋째 다솔아 어딨니…도요새처럼 높이 꿈꿔야지

이승준 2023. 5. 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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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나노위성 도요샛 4기 편대비행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지난 25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실린 실용위성 8기 가운데 6기는 ‘생존 신호’가 포착되고 27일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영상레이더(SAR) 안테나를 펼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다만 큐브위성(초소형 위성)인 다솔과 져스텍의 신호가 28일 오전 10시 현재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개발한 큐브 위성인 ‘도요샛’ 4기 가운데 신호가 잡히지 않는 3호기 다솔에 눈길이 갑니다. 애초 도요샛은 4기가 나란히 횡대·종대·편대 비행을 하며 우주 폭풍 등 우주의 날씨를 관측하도록 설계가 됐습니다. 천문연은 2021년 12월15일 도요샛 비행모델을 공개하며 “나노급 위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편대비행에 도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애초 러시아 소유즈-2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산되고 누리호에 실리게 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도요샛은 몸집은 작지만 가장 높이, 멀리 나는 도요새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위성을 개발한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름입니다. ‘도요샛 4형제’가 우주를 비행하는 것엔 많은 이들의 꿈이 달려있습니다.

큰뒷부리도요는 대양을 해마다 왕복하는 초장거리 여행자이다. 폴 반 데 벨 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작지만 1만3560㎞를 비행하는 도요새

도요샛이 이름을 따온 도요새는 몸길이 12~61㎝의 소형·중형 조류입니다. 몸집은 작지만 큰뒷부리도요는 해마다 번식과 월동을 위해 태평양을 일주한다고 합니다. 큰뒷부리도요는 태평양을 횡단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는 우리나라 서해안을 거쳐 알래스카에서 번식하는 중형 도요새입니다.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도요새 보호단체인 푸코로코로 미란다 물새 센터는 알에서 깬 지 다섯달밖에 안 된 어린 큰뒷부리도요가 알래스카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남부까지 11일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1만3560㎞를 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무선 위성추적장치를 통해 큰뒷부리도요의 비행을 추적하는데 이 새가 기존 기록인 1만3050㎞를 깼다고 합니다.

작지만 늠름하게 비행하는 도요새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독도는 우리땅>으로 유명한 가수 정광태씨는 1983년 <도요새의 비밀>이란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날으는지/ 저 푸른 소나무보다 높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높이/저 무궁한 창공보다 더 높이/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저 말 없는 솔개보다 높이 저 볕사이 참새보다 높이/저 꿈꾸는 비둘기보다 더 높이/도요새 도요새 그몸은 비록 작지만/도요새 도요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토지>의 박경리 작가도 “한 마리 도요새 되어/수만 리 장천 날아가다/돌아온 나의 넋이여/ 자리 잡고 앉아요/ 남은 세월 함께 가야지”(시 ‘도요새’)라고 도요새에 대한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박경리 작가는 1984년 4월 한 신문 칼럼에서도 “새는 날갯죽지 하나로 망망대해, 수만리 장천을 목마름과 배고픔과 또 무서운 폭풍을 견디며 자신의 삶을 구현(한다)”이라고 도요새에 대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나노위성 도요샛 4기 편대비행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도요새처럼 도요샛도 높이 멀리

도요새는 작은 새잖아요. 알래스카부터 뉴질랜드까지 쉬지 않고 이동하는 철새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거리를 보면 저희 위성이 도는 궤도하고 흡사한 것 같아요. 저희 위성도 작은 위성이잖아요. 그래서 도요샛이라고 이름 붙였는데…‘높이 꿈을 꾸는 새가 도요새’라는 노래가 있어요. 작은 위성이지만 높은 꿈을 꾸는 위성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재진 도요샛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

2021년 10월 천문연은 도요샛 개발 주역들이 출연한 ‘도요샛(SNIPE) 프로젝트 히스토리’를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도요새처럼 높은 꿈을 꾸는 위성’이라는 소망을 담아 도요샛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프로젝트 이름인 ‘스나이프(SNIPE)’는 ‘작은 규모의 자기권 및 전리권 플라스마 실험’(Small scale magNetospheric and Ionospheric Plasma Experiment)의 영문 약자입니다. SNIPE는 도요새를 부르는 말이기도 해서, 한국어 도요새와 인공위성의 영문 약칭인 ‘샛(sat)’을 합쳐 ‘도요샛’이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순서대로 가람, 나래, 다솔, 라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요샛(SNIPE) 비행모델 4기.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도요샛은 도요새처럼 작습니다. 높이 30㎝·폭 20㎝·길이10㎝로 서류가방 크기에 무게는 10㎏에 불과합니다.

몸집은 작지만 많은 이들의 땀과 열정이 들어갔습니다. 천문연이 총괄기관으로 사업을 주도하며 우주환경 관측 탑재체를 개발했고, 본체와 시스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편대비행 임무설계와 알고리즘은 연세대학교가 개발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경희대학교, 충남대학교와 민간 기업들도 참여했습니다.

천문연은 다솔과 계속 교신을 시도중입니다. 다솔이 없더라도 나머지 3기가 편대비행 등을 해서 임무 수행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솔이 신호에 응답해 4기가 우주를 늠름하게 비행하는 꿈이 현실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나노위성 도요샛 4기 편대비행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좀 더 알고 싶다면

도요샛 누리집
http://kswrc.kasi.re.kr/snipe/main.php

도요샛(SNIPE) 프로젝트 히스토리
https://youtu.be/rAmr4DwxR8Q

우리 위성 우리 기술로 쏘아올렸다…누리호 실전 발사 성공
https://hani.com/u/NzUyNg

차세대소형 2호 안테나 펼쳤다…져스텍·다솔은 사흘째 감감
https://hani.com/u/NzUyNQ

나노위성 ‘도요샛’, 편대비행하며 우주 날씨 관측한다
https://hani.com/u/NzUyNA

생후 5개월 도요새, 비행 ‘세계 신기록’…첫 도전에 1만3560㎞
https://hani.com/u/NzUyMw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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