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밥 한번 먹기 힘드네"…꽉 막힌 정국의 지화상

김선호 입력 2023. 5. 2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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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정치권은 '밥 한번 먹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윤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은 아직 성사가 안되고 있고, 국회 차원의 회동을 놓고도 물밑 신경전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여야의 엇갈리는 식사 정치를 장윤희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밥 한번 먹자", "밥은 먹었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주고 받는 인사말입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밥'은 음식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서로 친밀감을 쌓고, 속내를 털어놓는 매개체가 되어주는데요.

그런데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 '밥 한번 먹기'가 참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먼저, 윤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은 1년 넘게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윤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 '영수회담'을 수차례 제안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해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 드립니다.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튿날 이진복 정무수석은 윤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들고 이 대표를 예방했습니다.

윤대통령과 이 대표의 '즉석 통화'까지 이뤄져 회담 성사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됐지만, 원론적 수준의 대화에 그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진복 / 대통령실 정무수석(지난해 8월 30일)> "축하하는 전화니까요.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굳이 영수회담이란 표현은 안썼습니다."

대선 과정이 워낙 치열하기도 했거니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회동이 난항을 겪은 것이 현 정부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다 되어 당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만났습니다.

지금 상황과 다른 점은 당시 홍 전 대표는 청와대의 초청을 받았음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이유였는데요.

그러던 2018년 3월, 대북 특사단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청와대 초청 여야 당 대표 오찬 회동이 성사됐습니다.

<문재인 / 전 대통령(지난 2018년 3월 7일)> "국회나 당에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당내에서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미애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보 현안이 있는 만큼 초당적 협력에 대한 국민 기대 속에서 (제1야당 대표가) 나오신 것 같습니다."

<홍준표 /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을 이번에는 밟지 마시기를 저희들이 부탁드리려 왔습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문 전 대통령과 홍 전 대표의 단독 회담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굵직한 국가 안보 사안을 계기로 머리를 맞댄 겁니다.

다시, 윤석열 정부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째, 대통령실에서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윤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반응은 어땠을까요.

이 대표는 더이상 형식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원내대표와 만나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4일)>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저는 괘념치 않겠습니다."

이제 시선은 갓 선출된, 박광온 원내대표의 입에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반응은 고사였습니다.

<박광온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8일)> "정치 복원의 첫 출발은 윤 대통령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에 나서는 것입니다."

비이재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건너뛰고 윤 대통령을 먼저 만나면 친명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원내대표 간 만남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진 않은 모습입니다.

이 불씨를 의회 차원에서라도 살리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선 겁니다.

윤대통령은 최근 국회의장단과 만찬을 했는데요.

여기서 김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야당을 포함한 국회와 소통을 늘려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여야 원내지도부, 그리고 오는 30일 새로 선출될 상임위원장까지 포함한 회동을 제안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좋은 제안에 감사하다"며 "제가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다만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서는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한 윤대통령과의 회동이 부적절하다 기류가 존재해, 실제 성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양당 대표는 어렵사리 각종 정책과 민생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로 해 소통 강화의 물꼬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지난 26일)> "정책 토론회를 공개적으로 하자는 것에 적극 환영하고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26일)> "방식을 개의치 않고 언제든지 대화하겠습니다."

김기현 대표의 식사 제안과 이재명 대표의 정책 대화 역제안은 TV토론 추진이라는 결과물을 냈습니다.

대통령과 회담이든, 여야 회동에서든 단골 메뉴로는 비빔밥이 올라왔습니다.

이것저것 섞어 만드는 음식이라 '화합'을 상징하기 때문인데요.

서로 얼굴 마주 보고 '밥 한번 먹기' 힘든 여야, 비빔밥 같은 '초당적 정치'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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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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