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M본부] SG사태 김익래 자택 압수수색 왜 없었나‥"수사팀 속내는?"

손구민 2023. 5. 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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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 재벌 총수 일가의 '미공개 정보이용'… 수사 첫발은 '개인 압수수색' >

지난 2018년, 대법원은 한진그룹 일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2억 원을 확정했습니다. 고 조양호 한진 선대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아내입니다. 그녀가 받았던 죄목은 '미공개 정보이용'.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을 위한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내려지기 전, 보유하던 주식 전부를 팔아치워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검찰 수사관들이 최은영 전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당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먼저 이 사안을 조사한 뒤,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넘겼습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최은영 개인을 겨냥한 압수수색이었습니다. 자택은 물론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개인 집무실까지 대대적으로 수색했습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범죄의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의 휴대전화나 자택 등에 대한 신속한 압수수색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수사는 결국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까지 이어졌습니다.

< 7년 뒤 소시에테제네랄 사태… 똑같이 폭락 피한 대주주들 >

시간이 흘러 7년 뒤, 소시에테제네랄, SG 증권 사태가 터졌습니다. 9개 종목 주가가 폭락하면서 3주 만에 시가총액으로 13조 원 넘는 돈이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손실을 피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키움증권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전 회장입니다. 김 전 회장은 주가폭락 직전 다우데이타 지분을 매각해 605억 원의 손실을 피했습니다. 최은영 전 회장이 회피한 손실 10억 원의 60배입니다.

혹시 폭락을 미리 알고 팔아치운 걸까… 김 전 회장도 '미공개 정보 이용'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7년 전을 떠올려보면, 검찰은 김익래 전 회장 개인을 겨냥한 압수수색을 벌였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에 나선 지 한 달이 지나도록 김 전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한 축은 주가 폭락" 키움증권 김익래 수사도 본격화? >

그렇다고 검찰이 사안을 중대하지 않다고 보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위가 먼저 조사에 나서자마자, 검찰이 아예 금융위와 합동수사단을 꾸려 함께 사건에 뛰어든 겁니다.

(왼쪽부터)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장 [연합뉴스]

"거취를 걸다시피 한 책임감을 갖겠다."

지난 23일에는 관계기관 장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모여 합동회의까지 벌였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취를 걸다시피 책임감을 갖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장, SG 폭락 사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까지 모두 뜻을 모았습니다.

양석조 지검장은 "이번 사건의 양대 축은 인위적 시세 조정과 주가 폭락"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인위적 시세조종은 이미 구속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 일당의 범죄를 말합니다.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라 대표는 재판에 넘겨질 예정입니다. 또 다른 한 축, 주가폭락은 바로 김익래 전 회장을 겨냥한 언급입니다. 드디어 김익래 회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이 회의 바로 다음날 키움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 키움증권 전격 압수수색… 그런데, "김익래 수사는 아니다"? >

검찰이 키움증권 압수수색에 나서자, 기자들은 처음에는 김익래 전 회장에 대한 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합동회의 바로 다음 날 검찰이 김익래를 겨냥했구나' 한 겁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이 김 전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라고 설명한 겁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대신 키움증권 등 증권사로부터 CFD 내역을 확보했습니다. 차액거래결제, CFD는 라덕연 투자자문사 대표 등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당이 시세 조종 수단으로 써 온 금융상품입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날 집행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익래 전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적시되지 않았습니다. 압수영장 내용은 사실상 라덕연 대표 구속영장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아직 입건도 안 됐다고 합니다.

검찰은 '차례대로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CFD 내역을 분석해 일단 미공개 정보가 생성됐는지, 그리고 김익래 전 회장의 거래 내역 등도 찾아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익래 전 회장 등에 대해선 혐의점이 발견돼야 수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김익래 전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려면, 영장에 적을 범죄사실 구조부터 정리해야 되는데,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드러난 게 딱히 없다는 겁니다.

서울남부지검

< '김익래 압수수색'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아직 안 한 게 이례적" >

얘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6백억 원대 규모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지면, 곧바로 당사자 자택부터 압수수색하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라는 겁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이 가져간 증권사 거래 내역은 투자자가 언제 뭘 팔았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무리 들여다 본다 해도 은밀한 미공개 정보 이용 정황은 나오지 않는다. '언제 어떤 종목을 얼마나 팔면 된다'는 키움증권 내부 정보가 오간 과정을 확인하려면 김익래 전 회장 자택이나 개인 사무실, 휴대전화부터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도 "단순 CFD 내역 자료를 확보하는 건 압수수색이 아니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도 될 간단한 자료"라면서, "혐의점이 안 나왔다고 압수수색을 안 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국적 의혹인데 압수수색을 해서, 혐의점을 찾아나가는 것 아닌가, 김남국 의원의 코인내역은 혐의점이 나와서 압수수색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남부지검은 김남국 의원에 대해 작년 10월 처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구체적으로 혐의점이 확인된 게 없는 상태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습니다. 김익래 회장에 대한 접근 방식과는 사뭇 다릅니다.

또 다른 검사는 "김익래 전 회장 자택 압수수색을 미룬 결정이 수사팀의 일치된 의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팀이 국민적 의혹을 적극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별도 인지를 해서라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팀 내 압수수색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 곧 주가폭락 수사 2라운드… 특수통 출신 변호인단 선임한 김익래 >

물론 검찰이 김익래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할 겁니다.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주가폭락 직전, 자신만 쏙 주식을 팔아치운 대주주의 행태를 모든 국민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미 구속해 놓은 라덕연 대표부터 대표부터 처리하느라, 순서가 아직 안 왔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의 특성상 휴대전화 기록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큰데도 신속한 증거확보가 이뤄지지 않는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벌써부터 김 전 회장이 특수통 출신 변호사들을 여러명 선임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적극 방어에 나설 태세입니다.

김익래 전 회장 수사 순서는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라덕연 대표와 주가조작 일당들을 약 7천억 원대 주가조작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번 수사의 1라운드가 라덕연 대표 수사였다면, 2라운드는 김익래 전 회장에 대한 수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금융감독원도,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혐의가 의심된다며 키움증권 임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김 전 회장까지 겨냥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셈입니다. 이번 사건 양대 축 중 한 축, 김익래 전 회장을 향한 수사, 늦어진 압수수색에 대한 우려를 검찰이 스스로 불식시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손구민 기자(kmsoh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88108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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