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목동에 있고 강남엔 없다고?...이게 도대체 뭐길래 [부동산 이기자]
‘신탁 방식’ 정비사업 쉽게 보기
‘○○아파트 신탁방식 재건축 주민설명회’
요즘 노후 단지가 모여 있는 동네를 가면 이런 문구가 써진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해보면 어떨까 고민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익숙한 방식이 아니다보니 설명을 먼저 해달라고 신탁사에 요청하는 곳이 많다고 해요.
신탁사를 뽑았다고 바로 사업을 맡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공식 지정되기 위해선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재건축이라면 아파트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합니다. 주민 갈등이 있다면 신탁 방식도 추진이 어렵겠지요. 동시에 전체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해야 합니다. 전체 토지의 33% 가량은 등기부등본 상 명의가 신탁사로 바뀌게 되는 겁니다.
이미 조합을 만들었는데 신탁 방식을 택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 주로 선택하는 게 ‘사업대행자 방식’입니다. 조합이 있기는 해도 신탁사가 자금 관리 등을 도맡습니다. 신탁사가 사업대행자가 되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요건을 지켜야 합니다. 토지 등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해야 하죠. 조건이 갖춰진 후에야 공사 발주, 관리, 운영 등 대행이 가능해집니다.
정비사업이 처음인 조합이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주민 갈등이 생기기 쉬운데 이를 막을 수 있단 계산입니다. 비리나 내분 문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춰선 곳이 꽤 많거든요. 부동산·금융 전문가가 투입되면 이런 위험 요소를 줄여 사업을 빨리 추진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준공 50년이 넘어 재건축이 시급한 여의도 노후 단지들은 빠른 속도를 기대하고 신탁 방식을 택한 곳이 많습니다.
반면 신탁 방식은 신탁사가 직접 자금 조달을 책임집니다. 기업이기 때문에 자체 자금과 신용이 있습니다. 아예 금융업체를 모회사로 둔 신탁사도 여럿입니다. 덕분에 사업비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사업성이 좋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신탁 방식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탁 방식은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제도입니다. 아직 ‘표준 계약서’도 없는 상황이에요. 신탁사마다 계약 조건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를테면 중도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계약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지 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전원이나 80% 이상 동의를 받아오라는 식입니다.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습니다. 명목상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등기부등본에 소유권이 신탁사로 표시되니까요. 물론 신탁법에 따르면 신탁 재산은 강제로 처분할 수 없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예외 사유도 존재하긴 합니다. 계약서에 각종 단서가 달리면 해석이 분분해질 수도 있죠.
신탁 방식도 갈등이 있긴 매한가지입니다. 신탁사가 사업 전반을 이끄는 만큼 주민 의견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신탁사와 주민 간 갈등이 생기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겠죠. 조합 방식과 속도가 다를 게 없을 수도 있는 겁니다. 신탁사가 태업을 하거나 사업이 지연될 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도 모호합니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만큼 각자 사업에 어떤 방식이 더 잘 맞는지 세심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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