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어르신 버팀목 된 여고 동창생들…진주참사랑봉사회

박정헌 입력 2023. 5. 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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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120명 전원 선명여고 동문…15년 동안 무료 급식·도시락 배달·효도 관광
진주참사랑봉사회 [진주참사랑봉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회원 전원이 동문으로 구성돼 봉사활동 분위기가 무척 밝아요. 친밀한 선후배가 함께 움직이니 단합도 잘 되고 다툼이나 갈등도 거의 없죠. 이런 '긍정 에너지' 덕분인지 어르신들도 우리 봉사회를 한 가족처럼 대해주세요."

경남 진주 봉사단체 '진주참사랑봉사회'에서 14년 가까이 활동한 전숙(59) 회장의 말에는 자부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 단체는 2009년 무료 급식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각종 활동을 이어온 지역 대표 봉사단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긴 시간 지속된 정성도 정성이지만 구성도 남다르다.

120명에 달하는 회원 전원이 선명여자고등학교(옛 선명여자상업고등학교) 동문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봉사회를 총괄하는 전 회장도 2010년 동문회에 참석했다가 친구 권유로 덜컥 가입하게 된 게 봉사활동의 시작이었다.

전 회장은 "전업주부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취미생활만 하며 지내다 동창회에서 친구 권유로 봉사회에 가입하게 됐다"며 "흔히 하는 말처럼 정말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라며 웃었다.

동문이 뭉쳐 만든 단체인 만큼 나이대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도시락 포장하는 봉사회원들 [진주참사랑봉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이 하는 활동은 크게 무료 급식소 운영, 도시락 배달, 독거노인 효도 관광 세 가지로 나뉜다.

무료 급식소 운영은 지금의 봉사회를 있게 한 뿌리나 마찬가지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주시 망경동 한 경로당에 마련된 급식소에서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

무료 급식을 할 때마다 80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급식소를 찾지만 예산은 월 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만원도 안 되는 식비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무료라고 해서 식단을 고기 하나 없이 짜면 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쌀은 농협 등으로부터 후원받아 해결하고 나머지 반찬과 국은 회원들이 아침에 시장을 방문해 직접 장을 봐 하나하나 요리하는 식으로 예산을 아낀다.

궁여지책으로 집에 있는 밑반찬과 김치를 가져와 내놓기도 한다.

덕분에 끼니마다 고기가 포함된 식단을 짤 수 있어 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전 회장은 "형편이 좋아 더 좋은 식단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항상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요리부터 설거지, 뒷정리까지 모두 회원들이 도맡아 조금이라도 예산을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 배달은 매주 월·화요일 주 2회 옥봉동 8가구에 배달 중이다.

봉사회 효도 관광 [진주참사랑봉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전에는 이보다 도시락을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나 안타깝게도 별세하는 노인이 늘며 그 수가 점점 줄었다.

이밖에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연 1회 효도 관광을 실시해 함양, 산청 등 인근 지역 관광지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노인 20명에 회원 20명이 동행해 1대 1로 전담하기 때문에 이날 하루만큼은 친자식처럼 지근거리에서 음식도 챙겨드리고 말동무 역할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릴 때 모든 외부 활동 없이 빵과 우유 배달만 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동시에 봉사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회원이 50∼70대로 이뤄진 만큼 젊은 피를 수혈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싶지만, 예전만큼 신입 충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 까닭이다.

동문 모임이 있을 때마다 회원들이 나서 봉사회 홍보를 하지만 생업 등 이유로 고사하기 일쑤다.

전 회장은 "앞으로 신입 회원도 많이 들어와 봉사활동이 10년, 20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며 "보람이 크고 봉사회 분위기도 가족 같기 때문에 선배들처럼 70살이 넘어서까지 계속 봉사회에 남아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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