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클럽: 전국 죽은 개 자랑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2023. 5. 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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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해보고 있다.

편의상 제목에는 '개'만 썼지만 물론 개 말고도 고양이, 토끼, 햄스터, 이구아나, 금붕어, 말, 앵무새, 소, 닭, 돼지, 오리, 족제비 등 어떤 동물이든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가족으로 살다가 떠난 존재에 관한 이야기라면 대환영이다.

개와 고양이 사연이 제일 많지만, 가끔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동물과 함께 살아간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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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되는 동무’. 반려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입니다. 고양이, 개, 식물 등 짝을 이뤄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의 단상을 담았습니다.
‘펫로스 클럽’에서 죽은 반려동물의 사연을 읽고 사진을 보여주는 동안 참여자들은 채팅창에서 서로 응원하고 칭찬하고 함께 슬퍼하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시간을 갖는다. ⓒ정우열 제공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해보고 있다. 제목은 ‘펫로스 클럽: 전국 죽은 개 자랑’이라고 붙였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과 그리움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서로 위로하자는 취지인데,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게 메일을 보내오면 그걸 라이브 방송에서 낭독한다. 편의상 제목에는 ‘개’만 썼지만 물론 개 말고도 고양이, 토끼, 햄스터, 이구아나, 금붕어, 말, 앵무새, 소, 닭, 돼지, 오리, 족제비 등 어떤 동물이든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가족으로 살다가 떠난 존재에 관한 이야기라면 대환영이다.

식순은 내 반려동물이 어떤 존재였는지, 성격은 어땠고 뭘 좋아했으며 뭘 싫어했는지, 어떤 점이 멋졌고 어떤 점이 웃겼는지, 고마웠던 건 무엇이고 아쉬웠던 건 또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내가 사연을 읽고 사진을 보여주는 동안 참여자들은 채팅창에서 서로 응원하고 칭찬하고 함께 슬퍼하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시간을 갖는다. 애당초 이런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내가 개를 떠나보낸 후 많은 독자들이 내게 자신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담을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다른 이들은 내게 동병상련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도 개가 떠난 후의 삶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해보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와 고양이 사연이 제일 많지만, 가끔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동물과 함께 살아간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참새를 구조해 가족으로 맞이한 사람, 거북이 네 마리와 한 이불에서 자며 25년을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에이, 개나 고양이는 몰라도 어떻게 참새나 거북이를 반려동물이라고 할 수가 있나?'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종이 되었든 오랜 세월 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그들 역시 우리처럼 섬세한 감정과 풍부한 개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배우고 또 배우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 중에는 자신의 배움과 발견을 다른 이에게 얘기했다가 허풍이거나 지나친 호들갑일 것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써본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누군가 반려 참새나 반려 거북이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다는 사연을 들었을 때, 비록 이전에 그 동물들과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도 마음 깊이 공감하고 위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본인의 반려동물에게서 배운 것을 확인받게 되는 것이다.

자꾸만 마주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어째서 우리는 반려동물을 잃은 절망감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우리가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정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닐까? 절망감에서 벗어난다는 건 결국 그 사랑이 희미해져가는 과정이 아닐까? 적지 않은 이들의 사연에서 그런 회의와 두려움을 발견한다. 나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새삼 느낀다. 그때마다 고민도 해보고 이렇게 저렇게 답을 내보기도 하지만, 그 모든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낼 만한 명쾌한 답은 여전히 찾지 못한 것 같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본다. 자신의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점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음… 많이 사랑받았잖아요, 우리는 그거 갚으면서 살아가야죠. 아직은 이렇게 어렴풋이 답할 뿐이다. 혹시 더 많은 이들과 지혜를 나누다 보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구독, 좋아요, 댓글, 알림 설정…까지는 필요 없을 거 같지만.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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