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국철 주변 주민들 “열차 소음에 창문도 못 열어” [집중취재]

김지혜 기자 2023. 5. 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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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등 교통 호재로 입주... 열차 지날 때마다 잡음·진동
“집에서도 야외처럼 시끄러워”... 방음벽 외 소음방지장치 전무
“방음터널 추진 등 개선 노력”
27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이복순씨(51)가 열차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김지혜기자 

 

“벌써 한여름이네요, 더워도 너무 시끄러워서 창문 못 열어요.”

27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경인국철 1호선 주변의 새로 지어진 한 도시형생활주택. 

지난 3월 이사 온 이복순씨(51)가 창문을 열며 이 같이 말한다. 이씨가 2중창을 열자 열차가 지나가면서 내는 진동에 커튼이 흩날린다. 휴대전화 속 소음측정기 애플리케이션(앱)의 소음 측정값은 85㏈까지 치솟았다. 낮 시간대 기준치인 65㏈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이씨는 ‘역세권’이라는 장점때문에 전세로 입주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시달려야 하는 열차 소음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열차 상·하행선이 교차할때는 문을 닫아도 시끄럽다”고 했다. 이어 “참다 못해 집주인에게 열차 소리가 참 크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몰랐다’고 하더라”며 “자기가 살 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어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께 인천 주안역과 간석역 사이의 주거밀집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높이 3.5m의 방음벽 위로 솟아오른 도시형생활주택에는 세입자를 모집하는 ‘구경하는 집’ ‘방 3개·화장실 2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열차가 선로를 달리자 소음측정기에는 75~85㏈이 찍힌다. 이곳 주민 김대영씨(74)는 “집 안에서 통화를 하면, 상대방이 밖이냐고 물을 정도”라며 “덥거나, 환기를 하고 싶어도 창문은 열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 원도심을 관통하는 경인국철 1호선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소음 대책이 전무,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1천181곳의 2만7천67가구에 이른다. 이중 부평역과 백운역~동암역~간석역~주안역~도화역 등으로 이어지는 경인국철 1호선 인근에는 저층 빌라와 함께 도시형 생활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들 주택은 10층 이상으로 들어서는데도 방음벽 뿐, 다른 소음방지대책은 전무하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 특례에 따라 건축주의 소음방지대책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곳 일대가 소음·진동 관리법에 따른 소음 기준(낮 65㏈, 밤 55㏈)을 넘는 소음에 노출해 있는데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에 주민들만 고통을 안고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특례가 ‘소음 차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단지 공동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저렴한 빌라와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을 때 소음방지대책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소음과 진동은 무엇보다 감각공해로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과 같이 철도는 계속해서 들어설텐데 그때마다 특례로 풀어주면 소음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 단계부터 철도 인근은 소음 대책으로 도시숲 등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인천시와 국가철도공단이 철도 주변에 대한 소음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관련 법으로 특례를 보장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건축허가 요건에 소음대책을 추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철도 주변 주거지의 소음 저감 대책에 대한 관련 부서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방음 민원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방음벽을 높이거나, 방음터널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인국철 1호선에 대한 방음 대책 등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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