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 장지후 "카리스마 깨는 유쾌함이 류크의 매력"

강애란 2023. 5. 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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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류크 역…"저음에 굵은 목소리,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
무대제작 회사 근무하며 배우 꿈꿔…"대사 어감 고민하며 행복"
'데스노트' 류크 역 맡은 장지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류크 역을 맡은 배우 장지후가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28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처음에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놓고, 그걸 조금씩 무너뜨리면 극적인 재미가 생겨요. 그 반전 매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여는 포인트죠."

지난 24일 뮤지컬 '데스노트'가 공연 중인 서울 송파구 롯데씨어터 연습실에서 배우 장지후(35)를 만났다.

다음 달 18일까지 공연하는 이번 시즌에 '류크' 역으로 새로 합류한 장지후는 카리스마와 엉뚱함을 오가는 '극과 극'의 매력으로 관객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류크는 이름이 적힌 사람은 반드시 죽는 '데스노트'를 인간세계에 떨어뜨리고, 이를 주운 라이토의 행보를 지켜보는 사신(死神)이다. 인간을 그저 흥밋거리로 여기는 사신의 위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불쑥 내뱉는 유머와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연극 '환상동화'에서 인연을 맺은 김동연 연출의 제안으로 오디션을 보게 된 장지후는 류크 역을 두고 "내가 입으면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 그는 186㎝에 달하는 큰 키에 선 굵은 외모, 허스키함이 섞인 굵은 저음의 목소리로 등장과 동시에 관객을 압도한다.

장지후는 "사람들은 찌를듯한 고음에도 압도되지만 묵직하게 깔리는 목소리에 더 압도되기도 한다"며 "제 목소리가 원체 저음이고 굵어서 류크와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해 보이는 인상과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장지후가 연기한 류크의 매력은 이와 대조되는 '잔망미'에서도 발현된다. 사람을 죽이는 데스노트의 규칙을 설명하다 말고 여자 아이돌 미사의 춤을 엉거주춤 따라 추고, 라이토에게 애교와 협박을 섞어 애착 증세를 보이는 과일인 사과를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지후 역시 연기할 때 류크가 가진 상반된 두 이미지의 차이를 명확하게 만들려고 신경을 썼다고 했다.

"류크가 유쾌하게 보이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을 구별해두려고 했죠. 그 갭(차이)에서 류크의 매력이 나오거든요. 관객들은 초반에는 절대 그렇지(가볍지) 않을 것 같던 캐릭터가 살짝살짝 그 이미지가 무너지면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엄해 보이기만 하던 아버지가 세발자전거를 타면 웃음이 나는 것과 비슷하죠."

류크는 원작 만화에서부터 워낙 탄탄하게 다져진 캐릭터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마다 느낌은 다르다. 장지후와 함께 류크로 열연하고 있는 서경수가 귀여운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면, 장지후의 류크는 버럭 화를 내거나 투덜거리는 등 거칠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내뿜는다.

장지후는 "류크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며 "라이토가 류크에게 데스노트의 규칙을 미리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타박할 때 '깜빡, 깜빡'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서경수가 이걸 누가 봐도 귀엽게 말한다면, 나는 '깜빡! 깜빡!'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밉지 않게 버럭버럭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크는 주인공인 라이토 옆에 찰싹 붙어 '티키타카'를 과시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인간에게 하등의 관심이 없었던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래도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조금이라도 쌓인 정(情)이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장지후는 "일절 없어요"라고 답했다.

"류크에게 라이토는 '특별한 아이'는 맞아요. 악한 사람을 다 죽여서 선한 사람만 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는 라이토를 재밌게 바라봤죠.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하지?', '이거 참 재밌네'라는 마음으로요. 순간순간 제법 따뜻해 보이는 모습도 있지만, 라이토와 정이든 건 아니에요. 라이토는 류크의 한낱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죠."

장지후는 군 복무 시절 국방부 뮤지컬 '생명의 항해'(2010)로 배우로서 첫발을 뗐지만, 활동이 왕성해진 것은 최근 5년 전쯤부터다. '호프'(2019)에서는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 '렌트'(2020)에서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로저를, '마틸다'(2022)에서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미스 트런치불 등 극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데스노트' 류크 역 맡은 장지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류크 역을 맡은 배우 장지후가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28 scape@yna.co.kr

공백기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핑계 삼아 현실 도피를 하기도 했지만, 배우의 꿈에 대한 흔들림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대 제작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는 장지후는 수많은 관객 사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을 우러러봤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나오게 되면서 뒤늦게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에 합격했다.

그는 "무대를 설치한 뒤 늘 남아서 공연을 봤다. 배우들의 말재간,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이 위대해 보였다"며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이걸(연기)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돋보이고 싶은 마음 등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앙상블로 무대에 서던 시절에는 대사 한 줄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사령관 각하'라는 대사를 놓고 강세를 '사령관'에 줘야 할지, '각하'에 둬야 할지 고민했죠. 그런 고민이 너무 즐거웠어요. 지금은 드라마(이야기)를 놓고 연출님한테 제 의견을 내기도 해요. (웃음) 부담감이 커졌다기보다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 훨씬 커요. 배우로서는 아직도 출발선이죠.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데스노트' 류크 역 맡은 장지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류크 역을 맡은 배우 장지후가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28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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