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산행기] 김밥 한 줄, 물병만 들고… 우리의 만용을 반성합니다

최건동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2023. 5.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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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 다가왔다.

어머니는 무리한 산행은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봄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항상 산에 갈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번에도 젊음 하나만 믿고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만 들고 가지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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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가지산에서 눈을 만났다. 남쪽에는 흔치 않는 눈이라 즐거웠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 군데군데 핀 꽃이 봄을 실감 나게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나는 주말만 되면 무료하다. 어떻게 이 무료함을 해소할까 생각하다 산행을 생각했다.

지인 두어 명을 모았다. 누군가 영남알프스 완봉을 제안한다. 좋은 제안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계획을 세웠다. 산행 경험이 많은 어머니께 정보를 얻었다. 인터넷으로 지도와 코스를 받아 구체적인 산행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간월산에 올라 신불산과 영축산을 한 번에 찍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을 들은 어머니는 완곡히 말리셨다. 나는 어머니와 가끔 산에 다녔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은 완전 초보였다. 어머니는 무리한 산행은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계획을 틀어 간월산만 다녀왔다.

물 한 병 들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다.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다. 젊음 하나만 믿고 산에 올랐다. 예상대로 동료들은 모두 힘들어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독려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산에 올랐다. 걷다 보니 간월산 정상이 보였다.

이번 주에는 신불산과 영축산을 오르기로 했다. 어머니는 봄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항상 산에 갈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이젠과 스틱은 필수고, 몸을 보온할 수 있는 겉옷과 양말, 비옷뿐만 아니라 따뜻한 물과 간단한 간식거리도 꼭 챙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군인. 이번에도 젊음 하나만 믿고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만 들고 가지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건 굉장한 실수였다. 이번 산행을 통해 산에서 사고가 나는 것은 산에 대한 예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우리는 안일했다. 1,000고지가 넘는 가지산을 얕봤다. 산행 전날 비가 왔는데, 산에는 눈이 왔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아침엔 날씨가 개어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서부터는 눈이 쌓여 있어 길이 미끄러웠다. 등산화와 아이젠도 없었다. 추위도 덮쳤다. 그렇게 우리는 배고픔과 미끄러운 눈길 속에서 산을 올랐다.

힘들었지만 남쪽 지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눈을 보게 되어 한편으로는 기뻤다. 눈꽃을 보며 넋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산과 산아일체 되어 있었다. 정상에는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었다. 사람들은 안개 속에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마저도 신기한 풍경이었다.

산은 참 오묘하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평온한 아래와는 달리 정상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눈 쌓인 산의 아름다움은 굉장했다. 앞으로 산이 좋아지게 될 것 같았다.

이번을 계기로 영남알프스 8봉에 꼭 오르자고 다짐했다. 아름다운 눈을 선사해 준 가지산에 감사했다. 지루한 하산길에는 어머니의 말씀이 산울림처럼 들려왔다.

"산을 찾을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뭐든지 안전이 최고다. 준비가 철저하면 다칠 일도 없다."

다음에는 등산화도 신고 등산배낭에 필요한 장비들을 챙기기로 결심했다. 더 즐거우면서도 안전한 산행이 될 것 같다.

알프스 8봉을 향해 파이팅을 외쳐본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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