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이 다가 아니다…'비의도적 연애담' 원태민, 영리한 배우의 초상[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티빙 오리지널 '비의도적 연애담'과 넷플릭스 '퀸메이커', 최근 OTT를 강타한 두 편의 화제작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얼굴 원태민이 있다.
'비의도적 연애담'에서는 소꿉친구를 사랑하게 된 '상남자' 고호태를, '퀸메이커'에서는 차기 시장 후보가 은밀하게 숨겨둔 내연남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수호를 연기하며, 동시기 극과 극 인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원태민은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한 인재다. 학창시절에는 의대를 꿈꾸며 공부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다.
그는 "머리가 좋은 편은 절대 아니다. 그냥 무식하게 했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종기가 날 정도로 공부를 했다. 그땐 다른 꿈이 없었으니까 공부가 전부였던 것 같다"라며 "저는 몰랐는데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공부도 했지만 제가 노래방 가는 것도 좋아하고, 중간중간 상황극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저랑 친했던 친구들은 왠지 어울린다고도 했지만, 정말 TV에 나올지는 몰랐다고,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라고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원태민에게 연기의 꿈을 일깨워준 것은 군대에서 만난 친구다. 선택받은 자만이 하는 줄 알았던 연기의 재미를 우연히 알게 된 그는 군 생활을 하며 입시 준비를 해 날고 뛰는 '예술 천재'들만 모인다는 한예종 입학증을 받아들었다.
아들이 평범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족들은 원태민의 도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원태민은 "한예종에 합격하고 나서 이후에 말을 했다. 엄마는 쓰러지다시피 했다. 어머니는 조용한데 아버지가 끼가 많은 편이다. 드럼도 치시고, 노래도 좋아하신다. 아버지도 '나도 그런 쪽으로 마음에 품었던 꿈이 있었다'면서 '네가 살면서 크게 속 안 썩였고, 이렇게 정말 하고 싶다고 말한 게 처음이니 해봐라'고 말씀해주시더라. 아버지가 '어머니를 잘 설득해보겠다'고 하셔서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설득했다"라고 했다.
원태민은 2020년 웹드라마 '너의 마음은 음소거'를 시작으로 '백수세끼', '유 메이크 미 댄스', '그대로 멈춰라', '너와 나의 경찰수업', '왜 오수재인가', '아다마스', '멘탈코치 제갈길'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자신의 매력을 알려왔다. '비의도적 연애담' 이전에도 BL 드라마 '유 메이크 미 댄스'에 출연해 국내외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비의도적 연애담' 속 고호태는 원태민의 오랜 고민과 분석 끝에 완성된 인물이다. 원태민은 원작과 드라마 속 설정에 자신이 생각한 설정을 더해 고호태의 인생 스토리를 그려보는 등 애정과 노력으로 고호태라는 캐릭터를 빚어냈다.
원태민은 "호태를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제가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 파악해주시는 걸 보고 '내가 고민한 보람이 있구나', '앞으로 내가 해왔던 것처럼 해가면 되겠구나' 확신이 생겼다"라며 "물론 호태가 아니라 앞으로는 다른 인물로 살아가야 하지 않나. 맡은 배역마다 그 인물로 살고 싶은데, 제가 사랑하는 호태를 잘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은 또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원태민의 차기작은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가제)'다. '비의도적 연애담' 전후로 좋은 작품에 연이어 얼굴을 내비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끊임없이 팬들에게, 또 제작진에게 선택받아야 한다는 것은 그에게 숙제와도 같은 일이다.
그는 "오디션을 많이 떨어졌다. (한예종은) 2학년 때까지는 외부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3학년 때에는 (활동에) 나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전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3학년까지 쭉 다녔다. 지금의 회사를 만나고 그때부터 1년간 휴학을 하면서 오디션을 많이 봤다. 학교에서만 연기를 배우다가 처음 오디션을 보니까 학교에서 배웠던 걸 많이 못 보여줬다.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고 조급함이 생기더라"라고 고백했다.
원태민이 자신은 제자리 걸음을 걷는다고 생각한 동안 친구들은 취업으로 제갈길을 찾아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직하면서 취업 턱을 사고 그러는데 그 자리에 나가서 저도 '오디션 붙었다. 좋은 작품에서 배역을 맡게 됐다'고 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다"라며 "많이 얻어먹었다. 제 성격이 우울에 늪에 빠지지는 않는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제가 연기를 늦게 시작하고 긴 입시 생활 없이 학교에 들어간 거라 혼란이 더 컸던 건 사실이다. 한예종에서 친구들을 보면 예고 출신 친구들이 학교 생활까지 하면 최소 6년, 7년을 연기를 하는데 저는 학교에서 겨우 3년 공부하고 합격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는 생각했다.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난 여기서 이런 게 부족했구나',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겠다' 스스로 피드백도 많이 하고, 노트에 정리를 했다. 데이터베이스를 쌓자고 스스로 생각했다"라고 했다.
오디션에 떨어져 눈물 흘린 날도 많았다. 한예종에서 함께 공부하며 의지했던 친구와 같은 작품, 같은 배역의 오디션에서 만나 떨어진 뒤 캐스팅된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한편으론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해 엉엉 운 적도 있었다.
원태민은 "눈물이 없었는데 MBTI가 ESTJ에서 ESFJ로 바뀌었다. 원래 T가 조금 더 높게 나오는 수준이긴 했다. 연기를 하면서 감정적인 걸 접하고 인물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MBTI도 바뀐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비의도적 연애담'으로 원태민이 얻은 것은 사람이다. 자신을 믿어준 제작진, 함께 울고 웃으며 가족이 된 배우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미래의 원태민을 지켜봐줄 든든한 팬들까지, 원태민의 뿌듯함에는 끝이 없다.
그는 "팬분들이 공부 안하고 연기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 쑥스럽지만 좋다. 다니던 학교를 나와서 한예종을 다닐 때,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질 때 마음 한켠에 부담감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배우라는 게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지 않나. 계속 오디션을 보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늘 불안감은 있다"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최근 공개한 '비의도적 연애담'으로 연기력도 피지컬도 주목받은 그는 "아직 사람들이 모르는 원태민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엄청 웃기지 않은데 은은하게 웃기다"라고 '은은하게 웃긴'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저만의 개그 코드가 있다. 평소에는 웃음 타율이 6할이라고 하면,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9할까지 올라간다. 허당기도 있다. 처음엔 낯을 잘 가리는데 가까워지면 망가지는 것도 많이 한다. 많이 내려놓기도 한다.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막 울 때 가장 많이 내려놨다. 노래방에 가서도 즐겁게 논다. 의외로 랩을 잘 한다. 발라드만 부르는 게 아니라 친한 친구들과는 춤도 추면서 힙합에도 도전한다. 노래방 18번은 성시경의 '모든 날 모든 순간'(확인 결과 그의 진짜 18번은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이었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노래방에 가면 모두에게 균등하게 기회가 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내가 예약할 차례인지 보고 저 친구가 할 차례면 리모콘을 넘겨주고 그 친구가 예약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내 차례가 왔다 싶으면 상황을 보고 거침없이 예약하는 스타일"이라고 솔로몬급 노래방 즐기기 노하우를 공개했다.
뛰어난 피지컬에 숨은 뒷이야기도 놀랍다. 운동선수급 피지컬을 자랑하는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굉장히 마른 편이었다고.
원태민은 "키는 큰데 엄청 말랐다. 운동을 전혀 안 해서 친구들이 '어좁이'라고 놀렸다. 지금은 운동에 빠졌다. 상의 탈의? 기회가 된다면 하겠다. 사실 '멘탈코치 제갈길'에서 잠깐 '상탈(상의탈의)'을 했었는데 운동을 막 시작한 단계였다"라고 했다.
이어 "군대에 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군대에 가니까 운동하는 선임들이 '운동 가르쳐 주겠다'고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 큰 몸보다는 탄탄하고 다부진 몸을 원한다. 일주일에 5번 정도는 운동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깨라인과 등이 제일 예쁜 것 같다"라고 했다.
노래방을 평정하는 흥만큼이나 수준급 노래 실력도 이후 원태민의 다양한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원태민은 "뮤지컬도 하고 싶고, 드라마 OST도 꼭 불러보고 싶다. 학교 다닐 때 뮤지컬 공연을 했었고, 지금 회사 들어가기 전에도 뮤지컬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나중에 병행만 할 수 있다면 뮤지컬을 꼭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라고 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그는 "항상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보답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하고 고민하고 다른 매력으로 찾아뵐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지금도 걱정 많으시지만 늘 응원하고 있어줄 가족들 사랑하고, 대표님께도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팬분들께 감사하다. 늘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에 계속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제 노력만큼이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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