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알바돌' 배너, 그토록 사랑하던 무대 지켜내다
전원 아르바이트하며 새벽에 연습
잠 잘 시간 부족해 알바하던 떡볶이집에서 자기도
열정과 실력 모두 호평받아
JTBC '피크타임'의 공식 '알바돌'(아르바이트하는 아이돌)로 불리며 '팀 11시'로 첫 무대를 선보이기 전, 그룹 배너(VANNER)의 혜성은 어쩌다 멤버 전원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심사위원 송민호는 "너무 속상해"라고, 김성규는 "말이 쉽지 이거는…"이라고, 규현은 "진짜 어떤 마음으로 왔을까? 오늘 어떻게 보면 하루 월차 쓰고 나온 걸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역대 최초·최대 규모의 아이돌 '팀전' 서바이벌 '피크타임'에는 전·현직 아이돌이 대거 출연했다. 다른 오디션과 마찬가지로 '피크타임'에도 다양한 사연이 있는 출연자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배너는 '아이돌'이라는 직업과 '무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배너의 무대와 사연을 보고 뭉클했다, 울었다 등의 시청 소감이 뒤이은 이유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피크타임'에서 우승한 그룹 배너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2019년 2월 14일 데뷔한 배너는 태환, 곤, 아시안, 혜성, 영광으로 이루어진 5인조 그룹이다. 영광은 공식 비주얼을, 아시안은 랩과 작사, 일본어를, 태환은 리더와 메인보컬을, 곤은 메인댄서, 혜성은 분위기메이커를 맡고 있다고 각자를 소개했다.
먼저 우승 소감을 묻자, 영광은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피크타임'을 나간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뻐하셨는데 이렇게 저희가 '피크타임'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돼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것 같아서 몹시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아시안은 "긴 시간 동안 다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준 멤버들한테 너무 고맙다고 한 번 더 얘기하고 싶다. 저 자신한테도 뭔가 대견하다고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태환은 "선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기회를 얻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렸는데 좋은 결과까지 얻게 돼서 일단 너무 행복하다"라며 "너무나도 좋은 동료들을 알게 되고 만나게 돼서 그 점이 또 정말 행복"하다고 전했다.
곤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준 게 사실 멤버들이 개개인이 노력을 많이 해주고 서로 의지도 하고 힘이 많이 되어줘서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행복한 음악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멤버들이랑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혜성은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팬분들 덕분에 한 거라고 정말 생각한다. 팬분들이 열심히 투표해 주시고 저희들이 많이 홍보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저희가 그 힘 얻고 우승을 한 거라고 생각을 한다. 팬분들께 너무도 감사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배너는 '피크타임'에서 최종 우승해 상금 3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상금이 입금됐냐는 질문에 태환이 "아직 안 됐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상금은 어떻게 쓸까.
곤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어려운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을 위해서 힘이 되었으면 해서 조금 기부를 할 예정이다. 저희처럼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조금이나마 더 좋은 환경에서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웃었다.
영광은 "제가 가수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번 기회에 보답해 드리고 싶기 때문에 저는 상금을 받으면 전액 다 어머니께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태환 역시 "어머니가 저 가수 생활할 때 많이 뒷바라지를 해 주셨다. 어머니께 전액을 드리고 싶다. 가고 싶은 곳도 가고, 마음껏 쓰시라고 전부 다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시안은 "저 자신한테 뭔가 선물해 주고 싶은 물건이 있다"라며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전기 자전거를 사겠다고 밝혔다. "사실 저희가 데뷔를 하고 그렇게 큰 액수의 돈을 받는 게 처음"이라고 운을 뗀 혜성은 "생각은 많이 하지만 막상 받으면 못 쓸 것 같다. 뭔가 그간의 '피크타임'을 하면서 준비했던 것들도 떠오르고 그래서 그 상금을 받으면 저축을 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주어진 미션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배너는 "살려고" 기꺼이 '피크타임'에 출연했다. 곤은 "정말 간절하게 무대 하나 지키고 싶어서 '살려고 나왔다'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그만큼 너무 간절했고 너무 목말라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멤버들은 떡볶이 가게, 카페,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근무 시간이 달랐기에 연습 시간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 같이 만날 수 있는 때가 새벽뿐이라 잠도 줄여가며 연습했다. 배너를 가르쳐줄 수 있는 트레이너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알아서' 준비해야 했다.
곤은 "제가 멤버들에게 댄스 티칭도 해야 했는데 장점, 강점을 더 살릴 방안에 관해 논의도 되게 많이 했다"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다는 예측도 안 했고 그냥 우리를 보여주자, 이 생각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간절함을 보여드리고, 우리가 진짜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드리면 진심은 통하니까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이런 생각 하나로 전념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혜성은 "그때 태환이 형이 떡볶이(가게)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희가 새벽에 연습하는데 태환이 형은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혹시 늦을까 봐 연습 끝나고 나서 아르바이트하는 데서 잤다. 떡볶이 가게에서. 저는 그게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그때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태환은 "새벽에 연습하고 나면 얼마 못 자고 (아르바이트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집에 들렀다 갈 바에는 그냥 바로 가게에 가서 자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영광은 "코로나 이후로 무대 설 기회가 줄어들었고, 생계를 유지하려고 알바까지 하게 됐는데 그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제가 평상시에 존경해 왔던 가수 선배님들 무대를 보면서 예전에 꿈꿨던 모습들을 포기하지 않고 되새기면서 '피크타임'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고, 지금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 데뷔해 아이돌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멈춰있던 배너는, 여의찮은 상황에서도 갈고닦았던 실력을 '피크타임'을 통해 아낌없이 발산했다. '팀 11시'로 처음 선보인 '아낀다' 무대는 방송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혜성은 "'아낀다' 무대를 시작했을 때도, 올 픽(모든 심사위원단의 선택을 받는 것)을 받았을 당시에 저희끼리 그냥 우스갯소리로 '트루먼 쇼 아니야?' '좀 말이 안 돼' '어떻게 우리가 올 픽을 받았을까' 할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저희의 간절함을 많이 인정받았던 무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그들의 열정과 노력만큼이나, 안정적인 실력을 비중 있게 언급하고 호평했다. 이기광은 "힘을 하나도 안 빼고 (춤을) 다 하는데 노래까지 저렇게 하는 게…"라며 혀를 내둘렀고, 송민호는 "저런 환경에서 저 정도 하면 다른 팀들은 사실 반성해야지"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분들이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라이브를 잘한다는 칭찬을 해 주셔서 그 말을 듣고 이게 우리 팀의 장점이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한 곤은, 팀의 강점을 물었을 때도 "라이브 잘한다고 해 주셨는데 강점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원래부터 라이브를 잘했냐는 질문에 혜성은 "사실 저희가 라이브를 잘한다는 걸 몰랐다. '피크타임'을 하면서 심사위원님들이 얘기해주시니 '우리가 그래도 라이브가 조금 나쁘지 않구나' 느끼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저희가 데뷔하기 전에 일본에서 200회 넘는 공연을 했다. 선배님들 곡을 커버해서 저희끼리 무대 준비했는데 그때 올 라이브로 했다. 그때 시간이 좀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첫 무대를 잘 펼치고 시청자와 심사위원단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나서, 다음 미션에 임하는 자세나 전략이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이에 영광은 "그래도 저희가 방심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모습, 연출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드리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답했다. 곤은 "강점, 장점을 조금 더 살리고 단점이 될 만한 것들을 조금씩 서로 보완해 주면 좋은 결과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 같이 회의하고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거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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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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