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적 견제’ IPEF, 공급망 부문 합의…첫 성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 등이 참여하는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14개 참여국이 공급망 협정을 타결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맞물려 미국과 중국 양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미국 주도 다자 협력체의 ‘공급망 합의’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14개 참여국은 27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 뒤 공동 보도성명(Press Statement)을 내고 공급망 협정 타결을 선언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IPEF의 14개 참여국 간 첫 합의이자, 공급망 분야의 첫 국제 협정이기도 하다.
참여국들은 공급망 위기 발생 때 참여국 정부로 구성된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Supply Chain Crisis Response Network)를 가동해 상호 공조를 요청하고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 경로 개발 ▲신속 통관 등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반도체 부족 사태를 거론하면서 “당시 위기대응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미국 일자리를 지키고 공급망을 계속 가동하는데 절대적으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급망 협정에 따르면 IPEF 참여 각국은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치를 자제하고, 투자 확대와 공동 연구개발(R&D) 등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이와 관련한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해 14개국 정부 관계자로 ‘공급망 위원회’(Supply Chain Council)를 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급망 안정화에 필수인 숙련 노동자의 육성과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각국의 노동권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사항을 발굴하기 위한 ‘노사정 자문기구’가 구성돼 사업장 현장 노사 상황을 점검하는 체계도 운영된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IPEF 공급망 부문 협상 완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는 주요 성과이자 미국 및 참여국가 소비자와 노동자, 기업의 승리”라면서 “IPEF 참여국은 서명을 위한 최종 문안을 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국내 협의 및 포괄적인 법률 검토 등의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주도로 ▲한국 ▲일본 ▲호주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등 인도·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자,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로 풀이된다. 특히 미중 양국이 글로벌 공급망 대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 미국 주도의 공급망 합의를 놓고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IPEF는 지난해 9월부터 ▲무역 ▲공급망 ▲청정 경제 ▲공정 경제 등 4개 분야에서의 협상을 이어왔고, 이 가운데 공급망 분야에서 먼저 참여국 간 합의가 이뤄졌다. 나머지 3개 분야 협상은 향후 계속 이어진다.
미국은 올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전체적인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PEF에 참여하는 국가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비중은 약 41%로, 중국이 주도한 RCEP(30.8%) 보다 높다. 다만 전통적인 무역협정과 달리 관세 인하 등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는 빠져있어 통상 협력 강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시장 접근성 부족에 대한 업계의 반대는 IPEF 이니셔티브에 대한 오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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