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 사람 많은 곳에 내려줘”…정용진도 탐냈다, 하차감 끝판車 [세상만車]
서서타는 벤츠, ‘달리는 호텔’
타자마자 내리고 싶은 하차감
벤츠 택시도 ‘넘사벽’ 존재감
신분 사회에 격렬히 저항한 혁명가, 고진감래를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현실은 다르다. 신분차별제 카스트(caste)가 사라지지 않는 ‘악습’으로 맹위를 떨치는 인도만큼은 아니지만 대다수 나라에서는 여전히 돈과 권력에 따라 신분이 직·간접적으로 결정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기생충’에 나오는 금수저(머리칸)와 흙수저(꼬리칸)는 존재한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상류사회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신분과시용 도구였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또는 탑승자)의 신분을 상징했다.
상류층이 의식주 못지않게 자신의 신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난 너희들과 격이 달라”라며 존재의 차별감과 위압감을 말없이 알려주기 위해서다.
미국 포드가 ‘포디즘’으로 불리는 대량생산으로 자동차 대중화 길을 개척한 뒤에도 브랜드나 차종이 신분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렌탈 서비스, 차량 구독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차종=신분’ 분위기는 약해졌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신분이나 직위에 따라 탈 수 있는 차종이 달라지는 카스트 유산이 남아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평범(?)한 세단과 구별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를 유리 칸막이로 분리한 승용차를 의미한다. 마차 시대 마부 자리에 지붕이 없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운전사가 따로 있고 실내가 넓으며 화려하게 장식된 고급 세단을 리무진으로 불렀다. 요즘도 대통령이나 수상 등 국가수반이 타는 전용 차량이나 귀빈 접대용으로 사용된다. 좌석이 편한 버스에도 ‘리무진’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이때는 ‘버스’라는 단어를 뒤에 붙인다.
리무진 세단은 쇼퍼드리븐카(핸들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오너는 뒷좌석에 앉는 차)을 대표한다. ‘회장님 차’, ‘VIP 차’로 부르기도 한다.
차에 탈 때는 몸을 구겨 넣거나 고개를 숙이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고개 숙이고 싶지 않은 ‘고귀한 존재’를 위해 리무진을 개조하기도 한다.
벤틀리가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재임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단 2대만 제작·선물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이 대표적이다.
벤틀리는 모자를 즐겨 쓰는 여왕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차량에 탈 수 있도록 리무진 세단 아르나지의 높이를 1770mm로 높였다. 찰스 3세도 대관식 당일 왕실 관저에서 버킹엄 궁전으로 이동할 때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이용했다.
단, 리무진 세단 개조는 재벌이라도 쉽게 시도할 수 없다. 전문 업체가 필요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도 개조하는 데 2년 걸렸다.
처음에는 화물칸이 있는 차를 밴이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지붕이 있는 상자 형태 화물트럭을 주로 밴이라 일컫는다.
밴은 승차감이 세단보다 떨어져 주로 ‘짐차’로 사용됐지만 첨단 편의기술이 발전하면서 ‘리무진’으로 대접받는 차생역전(車生逆轉)을 이뤄냈다. 사람도 쉽지 않은데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퀀텀점프’했다.
리무진 세단보다 뛰어난 실내 개방감과 공간 활용성 및 이동성에다 리무진 세단보다 부족했던 편의성까지 보완한 결과다.
밴은 크게 대형 밴과 미니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형 밴은 다시 화물용과 승용으로 나눠진다. 대세는 화물용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포터, 기아 봉고 등 1t 트럭이 화물용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유럽에서는 밴이 화물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부 밴은 버스처럼 승객 수송용으로 쓰인다. 승용 밴 중 일부는 럭셔리 이동수단인 리무진으로 컨버전(특장 개조)된다.
리무진으로 개조된 수입 밴은 2010년대 초반까지 연예인들에게 인기를 끌어 ‘연예인 밴’이라고 불렸다. 스타급 연예인들은 기획사를 옮길 때 ‘수입 밴’을 계약 조건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형 밴은 연예인들의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았다. 넓은 실내공간과 허리를 펼 수 있는 높은 차고, 항공기 1등석보다 뛰어난 좌석, 홈시어터 등을 갖춰 ‘달리는 호텔’이 됐다.
팬들의 성화를 뒤로하고, 아무런 간섭 없이 옷을 갈아입고 휴식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남들에게 들킬 위험이 적은 ‘은밀한 공간’이어서 데이트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형 밴은 스타들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도 대형 밴을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한다. 일부 재벌들은 출퇴근용이나 가족 나들이용으로 밴을 구입하기도 한다.
요즘 각광받는 대형 밴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다. 벤츠 스프린터는 ‘서서 타는 마이바흐 또는 벤츠 S클래스’라고 불린다.
스프린터는 얼리 어댑터(Early-adopter)로 ‘1호 마니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구입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장님 차’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스프린터는 1995년 1세대 출시 이후 현재까지 130여개국에서 400만대 넘게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다.
2세대 스프린터는 2006년에 출시됐다. 12년 만에 나온 3세대 뉴 스프린터는 2019년부터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뉴 스프린터 투어러 319·519 CDI, 캡 새시 319·519, 패널 밴 319 등이 판매된다. 519 CDI는 차체 길이에 따라 롱(Long)과 엑스트라 롱(Extra Long) 두 가지 형태로 나온다.
전장×전폭×전고는 319 CDI가 5932×2020×2376㎜다. 519 CDI 롱은 6967×2020×2705㎜다. 519 CDI 엑스트라 롱은 7367×2020×2705㎜다.
2987cc V6 디젤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40Nm이다.
국내에서는 바디빌더사가 스프린터 기본 모델을 받아 구매자가 원하는 형태로 컨버전한 뒤 판매한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1억~3억원 정도다. 판매대수는 2021년 285대, 2022년 280대다.
스프린터는 ‘벤츠’ 이름에 걸맞게 VIP 의전용으로 인기 높다. 개조 방식에 따라 탑승 인원은 달라지지만 9인승, 13인승, 15인승이 잘 팔린다. 최근에는 대형 택시, 모바일 오피스, 캠핑카로도 개조된다.
프리미엄 모빌리티 서비스업체인 노블클라쎄 익스피리언스는 이 차종을 라운딩 서비스에 투입했다. 골퍼 8명을 태우고 골프백 10개를 수납할 수 있는데다 고속도로 전용차선도 이용할 수 있어서다.
승차감은 물론 하차감(내릴 때 느끼는 만족감)도 뛰어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택시로도 사용된다.
음료 제공용 냉장고, TV, 노래방 기기, 공기청정기 등을 갖춘 스프린터 택시는 귀빈 수송용, 웨딩용으로 인기다. 국내 여행을 편하고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도 많이 찾는다.
무슬림 기업인과 관광객을 겨냥한 ‘할랄 인증’ 스프린터도 국내에 등장했다. 기도 전 손발을 씻을 수 있는 우두 공간, 쿠란을 비치할 수 있는 전용 보관함, 메카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 히잡 전용 옷걸이 등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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