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공모 나서 ‘쪽박’ 교보증권 vs 2년 만의 공모주 ‘대박’ 하이투자증권

김효선 기자 2023. 5.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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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 토마토시스템, 밴드 최하단에 공모가 이하 추락
하이證이 주관한 진영은 희망 범위 초과해 공모가 결정

#30대 투자자 A씨는 지난달 교보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교보증권이 3년 만에 주관하는 공모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모주 시장은 상장 첫날 줄줄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 뒤 상한가)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토마토시스템 시가총액이 비교적 작은 편이라 따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 A씨는 수중에 있던 돈을 전부 끌어모아 청약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상장 첫날 따상은커녕 토마토시스템 주가는 공모가보다 19.5% 하락한 1만4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에는 주가가 더 하락했다. 현재 A씨 계좌에는 마이너스(-) 30%가 찍혀있다.

#김민구(33·가명) 씨는 오랜만에 공모주 청약에 나섰다. 예전에 계좌를 만들어뒀던 하이투자증권에서 2년 만에 상장을 주관한다는 소식에 해당 종목을 주의 깊게 봤는데 수요예측 결과가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공모가도 5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아 청약했다. 청약 이후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김 씨는 최소한 치킨값은 벌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기업공개(IPO) 시장 개척 재도전에 나선 두 중소형 증권사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몇 년 만에 상장 주관을 맡은 공모주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이 맡은 토마토시스템은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하단에 확정됐음에도 상장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진영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아직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수익 달성은 무난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그래픽=손민균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진영은 22~23일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14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진영은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2021년 6월 이후 약 2년 만에 상장을 주관한 공모주다. 앞서 진영은 수요예측에서도 14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가 희망 범위(3600~4200원) 최상단을 뛰어넘는 5000원에 확정됐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1652개 기관 가운데 95%에 해당하는 1564개 기관이 밴드 최상단(4200원)을 초과하는 가격을 적어냈다.

1996년 설립된 진영은 플라스틱 제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가구용 시트, 엣지 밴드가 주요 제품이다. 오는 1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2021년 6월 주관한 이노뎁도 흥행했었다. 수요예측에서 15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에 확정했고, 일반 청약에서도 69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이투자증권이 약 2년 만에 공모주 상장을 주관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버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시접속자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청약 시 환불 계좌를 지정해서 받고, 입고 계좌도 대체 입고 계좌를 지정하도록 했다”면서 “동시접속자 수를 고려해 서버와 네트워크 용량도 확대해 놓는 등 준비를 잘해놨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하이투자증권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3년 만에 상장 주관을 맡은 토마토시스템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부터 흥행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토마토시스템은 희망 공모가 범위를 1만8200원에서 2만2200원으로 제시했지만, 기관 투자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384개 기관이 밴드 최하단(1만8200원)을 적어냈다.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으면서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하단인 1만8200원으로 확정했다.

교보증권은 국내 최초 증권사로, 1949년 11월 대한증권주식회사로 시작했다. 한때는 한국거래소와 초고속 핫라인이 연결돼 있어 주식 매도 시 유리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중소형 특화 투자은행(IB) 명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교보증권은 IPO 과정에서 셀프 상장 논란과 공모가 뻥튀기 논란으로도 잡음이 일었다. 상장을 주관하는 교보증권이 토마토시스템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교보증권이 가지고 있는 토마토시스템 주식은 28만2374주다. 이는 지난해 10월 28일 교보증권이 전환한 토마토시스템 상환전환우선주 15만3374주와 상장 신주를 합친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토마토시스템은 주식은 5.35%에 달한다. 앞서 지난 2021년 8월 토마토시스템이 25억원 규모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교보증권은 투자한 바 있다.

토마토시스템은 상장 이후에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1만8200원)보다 1.55% 낮게 형성한 뒤 19% 하락한 1만4650원에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1만1000원 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는 1만3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공모가 대비 28% 하락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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