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남편' 홀로 10년 간병한 어머니…아들아 미안해[가족간병의 굴레]①
'초고령사회' 눈앞인데 간병 여전히 가족 몫…해결 방안 없을까
[편집자주] 파킨슨병 환자인 80대 남성이 자신을 간병하던 70대 아내에게 말했다. "미안하다"고. 아내는 간병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40대 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의 아버지 간병을 맡겨 미안하다"는 이유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가족간병의 굴레'는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뉴스1>은 간병가족을 직접 만나 복지 사각지대 실태를 점검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서울=뉴스1) 원태성 유민주 기자 = 김정자씨(70대·가명)가 파킨슨병 환자인 남편과 제대로 대화한 것은 10년 전 일이다. 남편 백정호씨(80대·가명)의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백씨는 간병을 전담했던 김씨 등 가족에게 최소한의 의사만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 '미안하다'는 말이다.
◇장기간 '홀로 간병' 후유증이 짓누르는 현실
백씨는 예상보다 긴 기간인 '10년'을 버티었다. 아내 김씨의 정성스러운 간병 덕분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부부에게 들이닥쳤다.
100㎏에 육박하던 남편을 간병하던 김씨의 폐렴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나빠진 것이다. 장기간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홀로 돌보던 후유증이 김씨의 몸과 마음을 누르고 있다.
김씨는 병원 입원 후 자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희 아버지 간병을 맡겨 미안하다"는 게 이유였다. 아들 백웅진씨(48·가명)는 '가족간병의 굴레'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머니는 일과 가정이 있는 저와 누나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힘든 간병을 홀로 하셨다.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지만 외부인의 손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어머니의 지극 정성 덕분에 아버지는 10년 이상 버티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저와 누나에게 미안하다고만 하신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만난 웅진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목소리가 떨리고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만큼이나 무거운 간병의 현실은 지금 그의 일상을 옥죄고 있다.
어머니 입원 직후 웅진씨와 누나는 교대로 간병을 맡았다. 그러나 세안이나 배변 등 간단한 간병을 하는데도 1시간씩 걸렸다.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웅진씨는 "아버지는 평소엔 누워 계시지만 긴급한 상황이 언제 터질지 몰라 상시 긴장하고 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돈과 시간 모두 필요한 간병…어느 쪽에도 '올인' 어려운 현실
가족을 간병하라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간병에 시간을 '올인'하면 돈을 벌기 쉽지 없고 돈에 집중해 번다고 해도 간병비로 거의 써야 한다. 경기도 하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웅진씨는 아버지 간병인에 매달 4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사설 사이트에선 보통 간병비를 월 350만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400만원에도 상주 간병인을 구하지 못한다. 우리도 450만원에 간신히 구했다. 저희 같은 일반사람들에겐 월 450만원은 큰 타격을 준다. 간병하느라 생계를 포기할 수는 없고……"
요즘 웅진씨는 '자식된 도리'를 떠올리고 있다. 웅진씨를 만난 날 그와 기자 사이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겨우 말했다.
"우리는 어머니의 자식이기도 하다. 상태가 호전된다고 해도 곧 80세가 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맡기긴 어렵다.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자식된 도리로 옳은 선택인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혼란스럽지만 이제 산 사람도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간병의 굴레'는 웅진씨 가족만의 일이 아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니, 소중한 가족을 간병하다가 현실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간병살인'(간병인이 피간병인을 숨지게 하는 것)이라는 끔찍한 강력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간병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가 아닌 '가족 간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 두드러진다. 특히 간병인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 복지인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를 기준으로 수발 비용을 지원한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비용을 지급한다.
장기요양신청 대상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미만자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치매·고혈압·당뇨병·뇌혈관질환· 퇴행성 질환)자에 한해서만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그나마 장기요양 보험제도의 혜택을 받더라도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만 전담 간병인을 쓸 수 있는 상황이다. 남은 시간은 가족이 감당해야 한다. 간병 가족들은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분담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돈 있어도 재택 간병인 못구해…부르는 게 값"
강영자씨(61·가명)는 유방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65세 미만인 그는 일주일에 총 9시간 정도만 요양보호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강씨의 가족은 재택 간병인을 고용하려고 해도 월 수백만원 수준의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런 사정 탓에 강씨의 며느리가 5개월간 간병을 맡다가 현재 후유증으로 쉬고 있다.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사설 간병인을 썼었지만 그것도 이제 '옛일'이 됐다. 공급 자체가 부족해 웃돈을 줘도 재택 간병인을 구하기 힘들다. 황주성씨(가명)는 암환자 아버지(80)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기 전 지방 출장을 가기 위해 재택 간병인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그는 "재택 간병인 공급 자체가 부족해 우리 같은 간병 가족은 완전 '을'"이라며 "사설 간병인의 경우 표준화된 계약서도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이어 "돈이 있어도 가족을 믿고 맡길 만한 전담 간병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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