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스피드왕’ 김서현의 실험할 자유… 볼 때마다 바뀐다, 레전드가 본 관전 포인트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서현(19)은 어느덧 팀의 필승조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구위가 매력적이다.
시속 155㎞ 이상의 공을 거침없이 던진다. 평균 구속만 따지면 올 시즌 KBO리그 최고다. 이 자체만으로도 타자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여기에 130㎞대 초반의 각이 큰 커브, 그리고 좌타자를 상대로는 140㎞대 초반의 체인지업도 던지기 시작했다. 구종 레퍼토리만 놓고 빠른 공에 느린 커브, 그리고 중간 단계의 체인지업이 있다. 어찌됐건 매력적인 투수다.
경기마다 매번 달라지는 것도 놀랍다. 마치 경기마다 투구 폼을 실험하는 것 같다. 상체를 세우고 던지다, 상체를 숙이고 던지기도 하고, 글러브 동작도 바뀐다. 27일 창원구장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는 이전보다 상체를 세우고 던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고교 시절부터 변화에 인색하지 않았던 스타일인 김서현은 프로에서 자신에 맞는 최적화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다만 최근 두 경기에서는 약간 고전했다. 23일 KIA와 경기에서는 1⅓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으며 3실점했다. 27일 창원 NC전에서도 1이닝을 다 책임지지는 못했다. 최근 두 경기 내용만 보면 선수 스스로도 생각이 다소 많아질 법했다.
3-0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첫 타자 김주원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가볍게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도태훈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손아섭을 2루 땅볼로 잡았으나 박민우에게 3‧유간으로 느리게 흐르는 내야 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박건우에게 1S에서 볼 네 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만루를 허용했다. 그러자 한화는 좌타자인 마틴 타석 때 좌완 김범수를 올려 불을 껐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김서현의 최고 구속은 도태훈 타석 때 나온 시속 157.2㎞였다. 155㎞ 이상의 공도 네 개가 찍혔다. 자신의 한창 좋을 때 구속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의 구속이다. 다만 패스트볼의 제구가 다소 흔들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모습들이 있었는데, 이날도 패스트볼의 제구가 완벽한 건 아니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건 고민이 될 수 있다.
김서현은 스리쿼터형 투수인데, 한국 선수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큰 팔 스윙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선수라면 이렇게 던지기도 쉽지 않다는 게 투수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 큰 팔 스윙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타고 난 영역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힘이 떨어지면 팔꿈치 쪽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김서현의 계속된 실험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 있다. 구속과 구위를 유지하면서 부상 위험도는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큰 투구 폼은 제구 쪽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 KBO리그 트리플크라운 달성 경력의 ‘레전드’ 윤석민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김서현의 폼에 대해 “지금은 어쨌든 타자를 상대로 통하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다만 1년 동안 던져보면 스스로 느끼는 있을 것이다. 저 강한 공을 1년 내내 던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낄 수도 있다”면서 “결국 본인이 느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서현 자신이 느끼는 점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이어 “(한 시즌을 해본 뒤) 제구력 쪽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그렇다면 투구 폼은 조금 손을 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은 폼이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제구를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같은 빠른 공을 던지지만 안우진, 문동주와 김서현은 조금 다르다. 김서현이 더 힘으로 던지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윤 위원이다. 던지면서, 그리고 풀타임을 뛰어보면서 스스로 느끼고 바뀌는 게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서현의 실험을 나쁘게 보지는 않을 이유다. 김서현의 노트에는 어떤 느낌이 적혀 내려갈지, 그러면서 이 거대한 재능이 어떻게 완성형 선수로 진화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한화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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