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 당돌함이란' 연이은 혹평→5월 '3할 타율'로 증명, ML 풀타임 1년차에 누가 돌을 던지랴
뜨겁게 시즌을 시작했던 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리츠)을 향한 혹평이 이어졌다. 가장 큰 무기였던 빠른 발이 묶였고 스스로도 "내 발을 사용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지환의 5월 타격 성적표를 보면 비판 받는 선수의 것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배지환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3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지난달 배지환을 향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빠른 발로 11개의 도루를 하는 동안 1개의 실패만을 기록했고 수비에선 슈퍼캐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타석에선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는 등 그를 피츠버그의 미래로 평가하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는 완전히 180도 달라졌다. 이달 중순 지역 매체 피츠버그 베이스볼 나우는 "타선의 3분의 1이 블랙홀"이라며 배지환에 대해 "떨어지는 타격 능력을 주루플레이로 만회했지만 5월 들어선 (도루) 성공률도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다음날 배지환은 곧바로 3안타, 4출루 경기를 치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배지환은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냈고 이날은 150㎞ 싱커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더니 7회초 2사에선 타구속도 161㎞의 총알타구로 2루타를 뽑아냈다. 빠른 타구 속도는 힘과 정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같은 지표가 계속된다면 안타가 나올 확률도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지환의 맹타와 함께 피츠버그는 11-6 대승을 거두고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 밀워키 브루어스를 0.5경기 차로 쫓았다.
타격에서 완연한 반등세는 반가운 일이다. 이날도 단타에 그칠 수 있었던 타구에 빠른 발을 활용해 2루를 파고 들며 장기를 발휘했다. 배지환이 볼넷이 아닌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 다른 선수에 비해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스탯캐스트 기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상위 3%에 해당하는 빠른 발을 가졌기 때문이다.
데릭 셀튼 감독도 "잘못됐다면 가르치면 그만이고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면서 "무엇이 옳은 기회인지 아닌지 지도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라고 제자를 감싸기도 했다.
다만 배지환이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배지환은 올 시즌 수비로 총 325⅔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2루수로 가장 많은 173이닝을 나섰지만 중견수로도 128⅓이닝에 출전했다. 유격수로는 24이닝. 배지환이 완벽한 수비 능력을 갖췄다면 한 포지션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해당 포지션에서 확실한 선수가 없기에 배지환이 팀 상황에 맞춰 여러 포지션을 옮겨가며 맡는 것이기도 하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에게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배지환 같은 선수가 각광을 받는 것은 감독의 선수 운영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배지환이 팀이 치른 50경기 중 46경기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배지환은 빅리그 풀타임이 처음이다. 당연히 많은 실패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타격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배지환의 수비나 주루에서 재능은 모두가 인정한다. 다만 판단이나 경험 등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은 배우고 경험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움보다는 타격의 상승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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