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착륙, 승무원 나몰라라?…범인 제압한 승객이 한 말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전 비상문을 강제 개방돼 승객들이 공포에 떠는 상황에서 승무원이 가만히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 직접 기내에서 30대 남성 A씨를 기내에서 제압한 한 승객이 "승무원들 최선을 다했다" 여론몰이하지 말라고 말했다.

27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전날 발생한 '대구 공항 아시아나 비상구 사건 펙트 정리'란 글이 올라왔다.

사고 당시 동영상을 찍은 당사자라고 밝힌 글쓴이 B씨는 "(뉴스에 등장하는)동영상 원본 촬영자로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며 "피의자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준 시민 3명 중 1명"이라고 밝혔다.

B씨는 "대구 공항 착륙 3분 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구 문이 열렸다" 며 "착륙 전이라 승무원과 승객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착륙 후 승무원들이 재빠르게 비상구 쪽과 문 연 피의자를 케어했는데 피의자가 비행기가 이동 중인데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며 "여성 승무원 4명이 (피의자를) 붙잡아 봤지만, 키 185 cm 이상에 몸무게 120kg 돼 보여(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무원이 다급하게 도와달라 해서 나랑 40대쯤 돼 보이는 아저씨 2분이 달라붙어서 남자(피의자)를 끌어 올려 복도에 엎드리게 하고 무릎과 손으로 못 움직이게 압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또 "(그 상태로)비행기 멈출 때까지 5분 정도 압박하고 있었던 것 같고 194명 중에 그때 상황 해결하려고 움직인 분은 승무원과 3명 승객 등 10명 정도뿐이었다" 며 "상황이 해결된 거 같아 같이 제압했던 승객분이랑 눈 마주치고 서로 갈 길을 갔다"고 했다.

끝으로 "오늘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했는데 진짜 세상에 영웅은 적은 거 같더라. 194명 중에 10명이라니"라며 "승무원들 대응 못한 거 아니다. 여론몰이나 공격하지 마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49분쯤 승객 194명을 태우고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낮 12시45분쯤 대구 공항에 출입문을 연 채 착륙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 소년체전에 참가하려던 제주지역 초·중학교 육상·유도선수와 인솔 교사, 일반승객 등 194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입문을 개방한 3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착륙 전 답답하던 차에 빨리 내리고 싶어 이런 일을 벌였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추궁하고,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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